봄이 한창인 모내기 철에 새 정부가 출범하는 것은 기대할 만한 일이다. 그 기대에 희망이 담기려면 새 정부가 국민들의 봄나들이와 농민들의 모내기를 보장하고 지원해야 한다. 대단한 기대를 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약속한 공약만이라도 실행하면 된다. 새 정부를 맡겠다고 나선 정당은 대선에서 ‘튼튼한 농업, 활기찬 농촌, 잘사는 농민’을 내걸고 농업직불금 5조 원으로 확충, 청년농 3만 명 육성, 먹거리 안전과 식량 주권 등을 약속해 당선되었다. 그것만 지키면 된다.
사실 현 정부는 직접 챙기겠다던 농정을 등한시하고 홀대했다. 현 정부는 12개 약속 중에 여섯 번째로 ‘골고루 잘사는 대한민국-살기좋은 농산어촌’을 내세웠다. 그러나 뒤늦게 출범한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조차 대통령을 직접 만나지 못했고, 관료들을 이끌지 못했다. 경자유전도 약속했지만 5년 동안 여의도 면적 255배의 농지가 사라지고 농지에 대한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농민들 표가 4% 남짓할 뿐이고 정부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농업·먹거리가 국가와 국민 생활의 근본임을 알고 공약의 절반이라도 이행했다면 1%도 안 되는 표차로 정권을 내주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다시금 당부하건데 새 정부는 공약만이라도 지키라는 것이다.
여건이 만만치 않다. 기후위기로 인한 잦은 이상기후, 코로나 장기화, 게다가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식량위기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다. 국제유가가 오르고 물류비 증가로 자재, 사료, 인건비가 계속 오르고 있다. 농산물 관세를 아예 없애는 수준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도 참여할 태세이다. 농촌의 고령화, 과소화 등 지역위기도 대책 없이 가속되고 있다.
공약만이라도 제대로 검토해 우선순위와 이행방안을 제대로 검토하길 바란다. 그런데 염려가 앞선다. 산적한 농업 현안을 파악하고 검토해야 할 인수위원회에는 농업 전문가가 제대로 없다. 인수위에는 행정부처 고위직들이 파견되어 새 정부 정책검토를 돕는 데 농식품부에서는 과장급이 들어갔을 뿐이다. 누가 농정을 제대로 챙기는지 알 수 없으니 걱정스럽다.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를 보면 도시민들이 농업·농촌의 사회적, 공익적 가치를 긍정하고 지원과 복지가 필요하며, 귀농·귀촌 의향에 대한 응답이 많으나, 애착은 낮아지고 있고, 농산물 수입에 대한 수용은 늘어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농업·농촌, 새 희망을 보다’라는 대주제로 올해 초에 발표된 정부의 농업전망 보고서에서는 농식품 수출이 많아지고 있으나, 올해 농업 비용은 증가하고 생산성이나 소득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농업·농촌의 재생과 지속을 위해서 정책이 확충되어야 하며, 정부 관료 주도가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 농민·농촌주민과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최근 한 생산자단체 회원들이 우리 사회 농업 전망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파악할 기회가 있었다. 농민들의 전망은 밝지 않았다. 정치와 농정이 농업에 무심하고 홀대하여 비용은 늘어가고 생활은 안정되지 못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농촌에서 열심히 일해 먹고살 만하면 왜 젊은이들이 농촌으로 오지 않겠냐는 반문이다. 그럼에도 농업과 먹거리가 삶의 근본임을 알기에 농사는 지속될 것이고 내가 농촌 환경을 지키며 살고 있는 것이 스스로 희망이라고 이야기한다.
농촌에 깃드는 봄기운을 농민들도 만끽할 수 있도록, 새 정부는 약속을 지키기 바란다. 우리는 봄 약속이 지켜지도록 지켜보고 독려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