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외 마스크 벗기 변수는? ‘스텔스 오미크론ㆍ새 변이’

입력 2022-04-04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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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방역규제 완화 검토”…전문가 “너무 서두르면 안돼…검사건수 줄어 착시 우려 있다”

(조현욱 기자 gusdnr8863@)
(조현욱 기자 gusdnr8863@)

정부가 4일부터 적용된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에 이어 앞으로 2주간 코로나19 확진자, 위중증·사망자 발생 상황에 따라 실외 마스크 착용 해제를 포함 대폭의 방역조치 완화 검토에 돌입했다. 다만 위중증환자와 의료체계의 안정적 유지가 전제 조건이다. 또 방역규제를 대폭 풀더라도 실내 마스크 착용 등 핵심수칙은 유지된다.

정부 “정점 지나고 있어…방역규제 대폭 완화 검토”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일 브리핑에서 4일 사회적거리두기 조정 이후 2주간 유행이 계속 안정적으로 감소하는 경우 전면적인 (거리두기) 조정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권 장관은 감소세가 완만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위중증과 사망은 아직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BA.2 변이가 확대되는 데에 따른 불확실성도 존재한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4일 0시 기준 재원중인 위중증 환자는 1108명, 사망은 218명이었고 중증 병상가동률은 67.3%로 기존 대규모 유행 시점보다는 줄었다. 하지만 중환자병상 가동률과 위중증환자 증가 가능성도 여전해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따라서 보건당국도 전면적인 완화는 위험성이 있다고 보고 4일부터 거리두기 소폭 조정 등 점진적인 완화를 우선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보건당국은 실외 마스크 착용 해제 등 일상회복 수준의 방역규제 완화 카드 검토에 나섰다. 권 장관은 “앞으로 2주간 감소세가 유지되고 위중증환자와 의료체계가 안정적인 수준을 보인다면 이후에는 전면적으로 거리두기를 조정하겠다”며 “최종적으로는 실내 마스크 (착용) 정도를 제외하고 영업시간, 사적모임, 대규모 행사 등 모든 방역규제를 해제하고 일상의 가까운 체계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당국이 방역규제 전면 완화 검토에 돌입한 근거로는 확진자 감소와 거리두기 유행 억제 효과 등이 꼽힌다. 이와 관련 보건당국은 기존 델타에 비해 오미크론은 전파력이 높아 거리두기 유행 억제 효과가 감소할 것이라는 자료를 제시했다. 질병관리청과 KIST의 지난달 30일 공동분석에 따르면 거리두기 완화에도 확진자 수는 10~20%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따라서 전체 확진자 규모 억제보다는 위중증과 사망 최소화로 방역체계 패러다임을 전환시키는 과정이라는 것이 보건당국의 입장이다.

전문가들 “정부 방역완화 너무 서두르면 안돼”

▲병의원 등 의료기관에서 신속항원검사 양성 판정을 받으면 추가 PCR검사 없이 확진자로 인정되는 첫 날인 14일 오후 제주 시내 한 병원에 진료를 받으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병의원 등 의료기관에서 신속항원검사 양성 판정을 받으면 추가 PCR검사 없이 확진자로 인정되는 첫 날인 14일 오후 제주 시내 한 병원에 진료를 받으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관심은 코로나19 이전 일상회복 조치로 여겨지는 실외 마스크 착용 해제 여부다. 보건당국은 지난 1일 마스크 착용 의무와 관련 “정부는 유행 상황과 대응 여력이 충분히 안정화됐다고 판단될 때 실외부터 단계적으로 해제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스텔스 오미크론(BA.2)이 우세종으로 올라섰고, XE 등 새 변이도 보고되는 상황에서 성급한 결정이 될 수 있다는 의료계의 지적이 나온다. 전면적인 방역규제 완화 조치는 국민들에게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화)이 됐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점에서 내려오고 있는 상황은 맞다”면서도 “4일 기준 하루 확진자 12만명 가량도 적은 것이 아니다.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 상임연구위원도 “확진자 규모가 줄고 있다는 정부 발표는 틀렸다. 찾아내지 못한 확진자가 더 많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김 교수는 국내 스텔스 오미크론 증가, XE 등 새로운 변이 발생, 코로나19 검사건수 감소 등의 변수가 여전하다고 봤다. 실제 4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국내 BA.2 검출률은 이미 50%를 넘어서 우세종이 됐다. 다만 새 변이와 관련 보건당국은 지난 1일 기준 해외에서 보고된 XE, XD, XF 변이의 국내 유입은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반면 김 교수는 XE 등 새 변이의 국내에 유입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2월 이후 발생한 확진자만 1300만명에 달하고, 국내는 전장유전체분석도 적극적으로 하는 상황이 아니다. 공항 방역도 해제됐고, 이미 새로운 변이가 어딘가 숨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교수는 정부가 방역규제를 완화하면서 국민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보내 코로나19 검사 건수가 줄고 있는 점도 우려했다. 질병관리청이 3월29일부터 4월4일까지 집계한 1주간 검사현황에 따르면 3월29일 총 검사건수는 69만7031건이었으나 30일 48만4009건으로 줄었고, 이달 3일에는 22만9629건으로 감소했다.

신 위원도 검사건수 자체가 줄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PCR검사가 줄었고 신속항원검사로만 확진자를 찾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유행규모 감소에는 동의하지만 확진자 감소가 아니라 확진자를 찾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검사 수가 줄어들어 착시 우려가 있을 수 있는 만큼 현 시점의 방역규제 전면 완화는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엔데믹은 우리가 선언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시기일수록 신중한 방역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위원도 “확진자 감소와 의료체계 안정적이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주는 것은 도움이 안된다. 국민들의 방역 경각심을 약화시키는 메시지는 더 이상 주면 안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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