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 “짐 싸면 망한다”…러 못 떠나는 서구 기업들

입력 2022-04-05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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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르루아메를랭 “러시아 직원들이 전쟁 원한 것 아냐”
프랑스전력공사, 로스아톰과 M&A 협력
버거킹과 KFC, 현지 합작사 탓에 폐점 못하는 상황
바이든 “푸틴 전범재판 회부해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지난달 21일 시민들이 르루아메를랭 매장을 나서고 있다. 모스크바/EPA연합뉴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지난달 21일 시민들이 르루아메를랭 매장을 나서고 있다. 모스크바/EPA연합뉴스
미국과 유럽 일부 기업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러시아와의 사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기업이 제재에 따른 사업환경 악화를 비롯해 주주와 소비자 압력 등으로 철수했지만,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거나 계약상 이유로 철수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프랑스 홈인테리어 대기업 르루아메를랭은 지난달 성명에서 “현지 사원이 전쟁을 원한 게 아닌 만큼 그들을 처벌할 이유는 없다”며 러시아 사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르루아메를랭 전체 매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프랑스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게다가 사업을 철수하면 경영 손실 외에도 러시아 현지 직원에 대한 퇴직금 등 거액의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회사 입장에선 막대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프랑스에서 국책으로 추진하는 원자력산업 관련 업체들도 러시아와의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프랑스전력공사(EDF)는 2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으로부터 원전 핵심 부품인 증기터빈을 제조하는 GEAST를 인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 매체 르 피가로에 따르면 EDF는 인수 과정에서 러시아원자력공사 로스아톰의 지분 20% 출자를 허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GEAST 매출 절반이 러시아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에 해당 시장을 노리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 침공 후에도 EDF와 로스아톰의 협력이 중단됐다는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다.

계약에 묶여 철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버거킹은 현지 합작회사 파트너가 폐점을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버거킹이 보유한 현지 합작사 지분율은 15%에 그쳐 폐점 결정권은 현지 공동 사업자가 갖고 있다. 켄터키프라이드치킨(KFC)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이 때문에 모스크바 내 대부분 점포가 여전히 영업하고 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면서 대러 제재를 강화할 뜻을 내비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키이우 인근 부차에서 벌어진 러시아군의 잔혹한 행위는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며 “푸틴 대통령을 전범 재판에 회부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추가 제재안을 이번 주 발표하기로 했는데, 러시아와 거래를 지속하는 국가에 대한 2차 제재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커 아직 현지에 머무는 기업들에 대한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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