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통 큰' 유류세 인하에도 '찔끔' 내리는 기름값, 왜?

입력 2022-04-05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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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게시된 경유, 휘발유 가격. (연합뉴스)
▲3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게시된 경유, 휘발유 가격. (연합뉴스)

정부가 유류세 인하 폭을 현재의 20% 수준에서 법정 최고 수준인 30%까지 낮추기로 결정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물가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유류세 인하 외에 경유 유가 연동 보조금 3개월간 한시 지원, 차량용 부탄(LPG)에 대한 판매 부과금 3개월간 감면 등의 조치도 마련됐다. 이번 방안은 다음 달부터 바로 시행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올해 4월까지 6개월간 유류세를 20% 인하한 바 있다. 지난달 초에는 유류세 인하 기간을 7월까지 늘리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유가가 치솟고, 3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4% 넘게 뛰는 등 물가가 잡히지 않자 다시 한번 유류세 인하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과감한’ 결단...효과는 ‘글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유류세 인하는 정부로서는 과감한 결단이다. 우선 인하 폭이 법정 최대한도인 30%에 달하며 동시에 역대 최대폭이다. 이로 인해 세수는 4조 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이 체감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현행 유류세 인하 폭이 이미 20%로 적지 않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휘발유 기준, 리터(ℓ)당 약 820원(교통에너지환경세 529원+주행세 138원+교육세 79원+부가가치세 10%)의 유류세를 부과한다. 유류세 820원은 현행 20% 인하에 따라 656원만 부과되고 있는데, 인하 폭이 30%로 늘면 82원이 추가로 감면돼 유류세는 574원까지 내려간다. 결국 지금보다 ℓ당 82원가량 저렴해지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유류세 인하로 리터당 10㎞ 연비로 하루 40㎞ 주행하는 운전자는 휘발유 기준, 현행 20%일 때보다 월 1만 원의 유류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류세 인하가 없을 때와 비교하면 월 3만 원의 부담이 줄어드는 셈이다. 물가 안정을 위해 내린 과감한 결단의 결과라고 보기엔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금액이다.

유류세 인하 전 기존 제품 재고를 소진하는 기간에 따라 유류세 인하 효과가 즉시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유류세 인하 전 가격을 기준으로 들여놓은 재고를 곧바로 인하해서 팔 경우 정유사 등에 손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 2018년 유류세 인하 당시처럼 정유사들이 초반 손해를 감수하고 유류세 인하를 제품 가격에 곧바로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유류세 인하...“근본 대책 필요해”

▲정체현상을 빚는 고속도로. (연합뉴스)
▲정체현상을 빚는 고속도로. (연합뉴스)

이처럼 유류세가 큰 폭으로 내려도 소비자 체감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유류세 인하는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가 또는 물가가 치솟을 때마다 유류세를 조정하는 대신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유류세는 매우 높은 편이다. 유가가 치솟기 전, 유류세를 인하하기 전인 지난해 10월 전국의 평균 기름값은 1650원 수준이었다. 당시 유류세는 820원으로, 전체 기름값의 약 50%에 달했다. 기름 한 번 채울 때 절반은 기름으로, 절반은 세금으로 내는 셈이다.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낮지 않은 편이다. 대한석유협회의 ‘2020년 OECD 가입국 휘발유가격 현황’에 따르면, OECD 가입국의 휘발유 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57.9%였다. 한국의 휘발유 가격 중 세금 비중은 평균에 가까운 56% 수준이었다. 그러나 일부 주요국은 한국보다 현저히 낮은 세금을 부과했다. 미국은 세금 비중이 21.7%에 그쳐 OECD 가입국 중 가장 낮았으며, 캐나다(35.1%), 호주(38.3%), 일본(47.2%) 등도 한국보다 낮은 세금을 매겼다. 복지국가로 잘 알려진 스웨덴(78.5%)과 노르웨이(68.5%)가 평균을 크게 높였다는 것까지 고려하면 한국의 세금 비중은 결코 낮은 수준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유류세 인하가 실제로 가격 인하가 필요한 계층의 혜택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가용 등 차량 운행이 많은 소득 상위계층의 유류세 인하로 더 큰 혜택을 본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가계지출 대비 유류비 비율은 소득 1분위(하위 10%)가 2.21%, 소득 10분위(상위 10%)가 2.35%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반면 소득 1분위 가구는 월평균 유류비로 약 2만7000원을, 소득 10분위 가구는 18만2000원을 사용했다. 이에 따른 절감액은 1분위 가구가 월평균 2500원, 10분위 가구가 1만7000원이었다. 유류 소비가 많은 고소득층에게 유류세 인하 혜택이 더 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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