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해가스!(BORAHAEGAS)”
‘보라해가스’가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가득 채웠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뷔가 만든 유행어인 ‘보라해’(상대방을 믿고 서로 오랫동안 사랑하자는 의미)와 ‘라스베이거스’를 합친 ‘보라해가스’라는 신조어가 라스베이거스 주요 명소들에 간판처럼 내걸리는 등 방탄소년단 도시로 물들었다. 특히 콘서트를 앞두고 마련된 행사와 팬들의 열기로 도심 전체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오랜시간 팬들을 만나지 못하던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약 2년 만의 대면 콘서트를 열었다. 이후 3월 한국 서울 콘서트를 거쳐 8일(현지시간)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라스베이거스(PERMISSION TO DANCE ON STAGE-LAS VEGAS, PTD)’ 투어를 이어간다.
◇도시 연결 프로젝트 ‘더 시티’
공연 기간 라스베이거스 시내는 ‘BTS 축제’로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이번 라스베이거스 콘서트는 투어와 도시를 연결하는 일명 ‘더 시티(THE CITY)’ 프로젝트라는 새로운 시도도 더했다. 음악을 매개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기업을 지향하는 하이브의 비전과 닿아있는 프로젝트다.
방탄소년단의 콘서트 전후로 라스베이거스 도시 곳곳에 다양한 이벤트가 개최 중이다. 지난 5일부터 콘서트가 개최되는 얼리전트 스타디움을 중심으로 약 5㎞에 걸쳐 라스베이거스 중심부인 스트립 지역 인근에서 방탄소년단을 보고, 먹고, 즐길 수 있다.
◇사진전부터 팝업스토어까지…아미들로 인산인해
지난 3월 서울 콘서트의 무대 뒤 방탄소년단 모습과 연습 과정을 담은 사진 전시회 ‘비하인드 더 스테이지: 퍼미션 투 댄스’를 비롯해 대규모 팝업스토어가 에어리어15에서 개최됐다. 오픈 시간인 오전 11시가 되기 전부터 약 200여 명의 팬들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뤘다.
사진전은 일반 입장의 경우 25달러($), 스페셜패키지 티켓 38달러(포토카드 포함)로 30여 분 가량의 짧은 감상 스팟이 마련돼 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독사진과 단체 사진, 연습 중인 모습과 영상 등을 볼 수 있다. 전시회는 하루에 약 4800명의 팬들이 찾고 있다. 행사 관계자는 “콘서트가 포함된 주말은 예약이 거의 마감된 상태”라고 전했다.
사진전 건너편에 있는 에이리어 15의 더 그라운즈(The Grounds)에서는 팝업스토어인 ‘BTS 팝-업 : 퍼미션 투 댄스 인 라스베이거스’(BTS POP-UP : PERMISSION TO DANCE in Las Vegas)가 꾸며졌다. 이곳 또한 입장을 위해 아미들이 줄을 길게 서며 인산인해를 이뤘다. 아미들은 각종 보라색 아이템들을 착용하고 방탄소년단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번 방탄소년단 콘서트를 보기 위해 미국 오클라호마에서 온 캐서린은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의 이름이 적힌 옷을 입고 팝업스토어에서 굿즈를 구매하며 한껏 상기된 모습이었다. 캐서린은 “2017년 유튜브를 보다가 우연히 방탄소년단을 접하게 됐고, 팬이 됐다”며 “인생에서 가장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을 때 방탄소년단을 알게 됐고, 그들이 큰 행복과 기쁨을 가져다줬다. 계속해서 방탄소년단을 좋아할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가족 팬들도 더러 보였다. 라스베이거스에 사는 61세 데비는 여동생, 딸과 함께 팝업스토어를 방문했다. 가방과 옷, 손톱 색까지 방탄소년단의 상징색인 보라색으로 꾸미며 팬심을 한껏 드러냈다. 데비는 “나와 동생은 콘서트를 2회 관람하고, 딸 새라는 총 4회 볼 예정”이라며 “내년에 한국을 방문할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제2의 방탄소년단을 찾아라’…하이브 레이블 합동 오디션
8일 만달레이 베이 호텔 사우스 컨벤션 센터에서는 ‘제2의 방탄소년단’을 찾는 오디션도 열렸다. 하이브 멀티 레이블 오디션인데, 하이브 산하 7개 레이블이 참여한다. 8~9일과 15~16일 나흘 동안 진행되며 빅히트 뮤직과 빌리프랩, 쏘스뮤직,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KOZ엔터테인먼트, 하이브 레이블즈 재팬, 하이브 아메리카가 참여했다. 7개 레이블이 합동으로 개최하는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오디션이다.
온라인을 통해 나이, 성별과 관계없이 미리 지원을 받았으며, 현장 접수 또한 가능했다. 온라인 기준으로 약 1만3000여 명이 지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K-팝 아이돌을 꿈꾸는 이들의 발걸음으로 호텔 안은 장사진을 이뤘다.
오디션을 보기 위해 인디애나에서 온 11살 챌린은 “할머니가 방탄소년단의 팬이여서 이들에게 관심이 생겼다”며 “오디션에서 노래를 부를 예정이다. 긴장되긴 하지만 잘해보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아이돌을 꿈꾸는 만큼 나이 어린 지원자들이 많았다. 특히 부모님과 함께 참가한 지원자들이 눈에 띄었는데 한국계 미국인인 데이비드 박(15)은 어머니와 함께 현장에 도착했다. 텍사스에서 온 데이비드는 “BTS가 롤모델”이라며 “보컬, 댄스 두 개 다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데이비드의 어머니는 “한국에서 트레이닝 받는 것 또한 지원해줄 의사가 있다”고 했다.
하이브 아메리카 커뮤니케이션 담당 존 전스타드 씨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오디션을 개최하게 된 배경에 대해 “하이브는 항상 팬들에게 재미있고 몰입도 높은 경험을 제공하려고 한다”며 “다수의 하이브 레이블이 참여하는 오디션을 방탄소년단 콘서트가 진행되는 라스베이거스에서 동일 기간에 개최해 전 세계에서 온 방탄소년단, K-팝과 음악팬들에게 또 하나의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공연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숙박·식음료도 BTS로 즐긴다
라스베이거스 시내 중심부에 있는 MGM 리조트 인터내셔널 산하 11개 호텔은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손글씨로 제작한 메시지 카드, 포토 카드 등을 제공하는 ‘테마룸’을 선보였다. 메시지 카드에는 한글과 영어로 ‘이렇게 만나는 순간을 기다려 왔다’, ‘우리 즐거운 시간 함께 보내자’, ‘소중한 추억 남겨보자’, ‘보라해’ 등 일곱 멤버가 팬들에게 전하는 인사가 담겼다.
평소 국수요리를 판매했던 만달레이 베이 호텔에 있는 레스토랑 ‘카페 인 더 시티’는 공연이 이뤄지는 동안 비빔국수, 김밥, 붕어빵 등 멤버들이 좋아하는 코스 요리를 내놓는다. 가격은 48달러로 콘서트가 열리는 주말까지 예약이 거의 다 찬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3대 분수쇼 중 하나인 벨라지오 분수쇼는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와 ‘버터’를 배경음악으로 쇼가 펼쳐졌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와중에 음악과 함께 뿜어져 나오는 시원한 물줄기에 관광객들은 환호했다. 방탄소년단의 공연이 열리는 주말에는 매시간 이들의 음악에 맞춰 분수쇼가 열린다.
매회 콘서트가 끝난 뒤에는 방탄소년단의 노래로 펼쳐지는 애프터 파티 ‘파티 인 더 시티’가 아리아 리조트 내 클럽에서 진행돼 공연의 열기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