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0일 “원희룡 전 지사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적임자”라고 평했다. 원 국토부 장관 후보자 선임은 사실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그동안 거론되던 후보자들의 면면이 대부분 부동산 전문가로 꼽혔기 때문이다.
유력하게 거론되던 김경환 전 국토부 1차관은 윤 당선인 대선캠프에서 부동산 공약을 설계했고,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동산TF(태스크포스)에서 팀장을 맡아 향후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을 모색하고 발표하고 있다. 정창수 전 국토부 1차관 역시 국토부 출신의 전문가로 꼽힌다.
하지만 윤 당선인이 선택한 원 후보자는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다. 그렇다고 원 후보자가 부동산 관련 이력이 없다고 무시하기에는 그가 보여준 부동산 시장에 대한 목소리를 무시하기 어렵다.
지난해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당시 원 후보자는 ‘대장동 1타 강사’로 불리며 대장동 비리 의혹을 파헤쳤다. 원 후보자는 당시 유튜브 방송에서 ‘대장동 1타 강사’ 콘셉트로 대장동 특혜 의혹의 핵심을 짚었고, 화천대유 강의는 네티즌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물론 원 후보자의 향후 국토부 장관 취임까지 비전문가라는 부분은 검증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다만 원 후보자는 전문 경력이 없다는 지적에 “국민의 고통과 눈높이를 국토·부동산·교통 분야에서 전문가들과 함께 국민 전체의 꿈을 실현하고 국민의 이익을 대변할 것”이라며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포용하고 활용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이미 윤 당선인은 발 빠르게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주택 250만 가구 공급’ 공약 구체화 논의에 돌입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국토교통부, 서울시와 함께 ‘도심주택 공급 실행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수도권 130만 가구 이상을 포함한 250만 가구 이상 공급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 역세권 첫집 주택, 청년 원가 주택 등 사업 모델을 구체화한다고 한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에서 실패한 부동산 정책과 단순히 반대로 한다고 해서 시장이 안정화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가 공급 정책을 공공 주도로만 내놓았고, 규제 강화에 목매 부동산 시장이 오히려 혼란에 빠졌다. 그렇다고 인수위 부동산TF에서 발표하는 것처럼 윤석열 정부가 민간 주도의 공급 정책으로 대응하고, 규제 완화 정책을 내놓는 것이 시장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부동산 시장은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 부동산 시장에서 주택을 팔거나 사거나 하는 모든 일이 사람을 거치다 보니 심리적인 부분이 큰 영향을 끼친다. 부동산 가격에는 현재의 가치도 담겨 있지만, 미래에 대한 기대 가치도 담겨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부동산 정책은 정권 유지의 핵심으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 실패로 무너졌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5년간 꾸준히 내놓은 부동산 정책은 오히려 국민에게 혼란을 안겼고,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정권 말미에야 집값이 다소 안정화됐지만, 그동안 오른 정도를 고려하면 사실 하락한 금액은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그만큼 윤석열 정부가 원 후보자에게 거는 기대감도 크다. 특히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당장에는 원 후보자가 오세훈 서울시장과 협력해 대안을 마련해야 하고, 6·1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차기 서울시장과 협력을 이어가야 한다. 6·1 지방선거에서 오 시장의 연임이 이뤄진다면 부담이 덜하겠지만, 민주당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된다면 국토부와 서울시 간 정책 협력에 있어서도 차질을 빚을 공산이 크다. 결국, 지방선거 이후 나타날 다양한 상황을 시뮬레이션해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 추진을 놓고 철저한 준비가 이뤄져야 한다.
‘부답복철(不踏覆轍)’이라는 말이 있다. 앞사람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부디 윤석열 정부가, 그리고 원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고 시장 안정화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시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