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美 외교 3대 키워드와 韓 부동산 정책

입력 2022-04-12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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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부국장 겸 금융부장

미국 외교 정책에는 3대 키워드(key word)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가 ‘카우보이 외교’다. 내 편이 아니면 다 적으로 간주한다. 두 번째가 ‘몽둥이 외교’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즐겨 썼다고 하는데, 말은 부드럽지만 늘 큰 몽둥이를 들고 있다는 의미다. 마지막이 ‘달러 외교’다. 차관 제공이나 투자 등 경제지원을 해주거나 반대로 경제제재를 가해 돈줄을 조인다.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현 정부의 지난 5년간 부동산 정책은 이를 쏙 빼닮았다.

우선 집을 사는 사람, 특히 고가의 집을 보유하고 있는 다주택자를 모두 ‘적’으로 봤다. 물론 자기편은 예외였지만, 적을 때려잡기 위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고 몽둥이찜질을 했다.

한 예로 종합부동산세 폭탄도 부족해 공시지가를 대폭 올렸다. 올해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가 10.17% 올랐는데 2년 연속 10%대의 상승률이다. 또 표준주택 상승률은 2018년 5.51%에서 그다음 해 9.13%까지 폭등했다. 올해도 7.34%로 전년보다 약 0.5%포인트 더 뛰었다.

공시지가를 올리니 관련 세금도 줄줄이 올랐다. 집값 올려달라는 사람도 없었는데 치솟은 집값에 공시지가 상승이 더해져 집 가졌다는 이유로 서민마저 세금 내느라 허리가 휘청였다.

그리고 자고 나면 오르는 집값으로 공황에 빠진 무주택자들이 ‘패닉바잉(panic buying)’에 나서자 정부는 금융당국을 통해 은행 대출 수도꼭지를 막았다. 당국 행보에 발맞춰 은행들은 대출 가산 금리를 줄줄이 올렸다. 그나마 제로 기준금리 시절이라 감당할 만했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빅스텝(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고 예상보다 강하게 긴축의 고삐를 조일 태세다. 그 영향으로 우리나라 국고채 3년물 금리도 8년여 만에 3%를 오르내리고 있다.

여기에 당장 한국은행이 총재 부재 상황에서도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3월 물가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4.1%를 기록해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운 점은 중앙은행으로서 크나큰 부담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 놀란 가슴에 무리해서 빚내 집을 산 패닉바잉은 대출상환에 엄청난 고통을 수반하는 ‘페인바잉(pain buying)’으로 돌변할 수밖에 없다.

이미 2월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가 4%에 바싹 다가서며 8년 11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일반신용대출 금리(5.33%)도 0.05%포인트 올라 2014년 8월(5.38%) 이후 7년 6개월 만에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달 들어 시중은행에는 6%를 넘어선 주담대 상품까지 등장했다. 1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고정형(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연 4.01~6.07%로 나타났다.

새로 주택을 구매하는 사람들만 영향을 받는 게 아니다.

2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6.5%로, 2014년 3월(78.6%) 이후 가장 높았다. 시중금리가 오르면 덩달아 대출이자 부담도 늘어나는 늪에 대출자 10명 중 약 8명이 발을 담그고 있다. 올해 2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1060조 원이고 이 중 주택담보대출이 782조 원에 달한다.

새 정부는 인플레이션 시대에 집값 안정과 대출 부실 가능성을 줄이는 복합방정식 같은 문제에 묘책을 내야 하는 처지다.

새 정부 정책 입안자들의 어깨가 무겁겠지만 반드시 조언하고 싶은 게 하나 있다. 조급하게 대책을 마련하려 시도하면 절대 안 된다는 점이다. 쉽게 빨리할 수 있는 일이 가치 있었던 적은 없었다. 특히 부동산 정책만큼은 실패를 돌이킬 수 없다는 걸 현 정부가 ‘과속 스캔들’로 충분히 보여줬다.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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