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데자뷔’...글로벌 자산시장 동반 폭락

입력 2022-04-12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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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100지수, 5거래일 새 시총 1조 달러 증발
비트코인 지난달 16일 이후 첫 4만 달러선 붕괴
10년물 미국채 금리, 3년래 최고치 경신
연준 긴축 공포ㆍ우크라 전쟁ㆍ중국 봉쇄 장기화, 경기침체 우려 부채질

▲미국증시 주요 지수 최근 일주일간 등락률 추이. 11일(현지시간) 기준. 위에서부터 다우(-0.5%)/ S&P500(-1.5%)/  나스닥(-3.4%).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미국증시 주요 지수 최근 일주일간 등락률 추이. 11일(현지시간) 기준. 위에서부터 다우(-0.5%)/ S&P500(-1.5%)/ 나스닥(-3.4%).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발(發) 경기침체 공포가 시장을 덮쳤다. 우크라이나 전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중국 도시 봉쇄 장기화도 경기후퇴 전망에 무게를 실었다. 세계 경제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자산시장이 동반 폭락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 가속화 우려가 촉발했던 2018년 10월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증시, 채권, 원유, 가상화폐 등 모든 자산 가격이 일제히 급락했다. 금리 상승에 민감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18% 급락했다. 나스닥은 이달 들어 5%, 2021년 9월 고점 대비 17% 빠졌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등 대형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100지수 시가총액은 최근 5거래일 동안 1조 달러 이상 증발했다.

가상자산 가격도 하락세다.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3만9785달러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16일 이후 처음으로 4만 달러 선이 붕괴됐다. 이더리움이 6%, 솔라나 가 9%, 리플이 7% 각각 하락하는 등 다른 가상화폐도 맥을 못췄다. 증시와 코인은 통상 디커플링 현상을 보여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경기침체 우려로 위험 자산 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상관관계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 추이. 11일(현지시간) 2.79%. 출처 파이낸셜타임스(FT)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 추이. 11일(현지시간) 2.79%. 출처 파이낸셜타임스(FT)

이날 증시와 코인은 채권시장 움직임의 직격탄을 맞았다. 연준의 긴축 정책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점점 커지면서 채권 금리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위험자산은 국채 수익률이 오를 때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2.79%로 2019년 1월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국채 가격을 추적하는 블룸버그지수는 이달 들어 2% 하락했다. 5개월 연속 하락으로 2016년 이후 가장 긴 하락세다.

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던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 역시 중국발 수요 감소 우려에 이날 4% 급락한 배럴당 94.29달러로 2월 25일 이후 최저치로 내렸다.

연준이 1994년 이후 가장 공격적인 긴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증시, 가상자산, 채권, 원유 등 글로벌 자산시장이 동반 하락하는 이례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연준은 40년 래 최고치로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공격적 긴축을 예고했다. 3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데 이어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양적긴축 방침도 천명했다.

글로벌 자산시장이 일제히 무너지는 상황을 두고 2018년 10월의 악몽이 떠오른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연준은 2017년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에 진입, 2018년까지 7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올렸다. 버티던 시장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중립금리 도달까지 갈 길이 멀다”고 발언하면서 무너졌다. 당시 미국증시 S&P500지수는 6.9% 하락해 월간 기준으로 2011년 9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다.

파월 의장은 시장 혼란을 우려해 결국 정책을 뒤집었다. 그러나 현재 고물가 환경은 연준의 후퇴 가능성을 낮춘다는 평가다. 경기침체 우려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주요 은행 중 처음으로 내년 미국 경기침체를 첫 전망한 독일 도이체방크는 2023년 S&P500지수가 약세장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발 긴축 공포에 더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도시 봉쇄 장기화도 시장의 경기침체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24.18까지 치솟아 2월 초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킴 포레스트 보케캐피탈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에 비관론이 팽배하다”며 “금리 인상, 지정학적 갈등, 중국 봉쇄 등 모든 환경이 우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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