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국수 신상품이 대거 등장하면서 계절면 전쟁 제2라운드 서막이 올랐다. 비빔면 업계 맏형 '팔도'가 앞장선 이래 오뚜기 진비빔면, 농심의 배홍동 등 라면 업계 위주로 판이 짜여왔던 여름 계절면 시장에 최근 맵지 않은 국수가 출시돼 새 바람이 불고 있다. 들기름 막국수 등 유명 외식업체가 선보인 레스토랑 간편식(RMR)에 이어 냉모밀, 소바 등이 '라면화'하면서 여름 국수 전쟁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13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기존에 맵고 빨간맛 장르에 한정되던 계절면이 최근 밀면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발생 이후 홈쿡족, 집밥족이 늘면서 간편식 시장이 커지자 라면 업체뿐 아니라 식품업체, 외식업체까지 뛰어들면서 다양한 대체 식품이 등장하고 있다.
한국인의 비빔국수 사랑은 1700~180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비빔 국수의 조리법을 처음 소개한 문헌으로는 조선시대 말기 학자 홍석모가 편찬한 '동국세시기'가 꼽힌다. 국물 없이 비벼먹는 국수요리법으로 간장베이스의 양념장에, 김치, 배 등의 고명을 올려먹었다는 소개다. '섞어먺는다'란 뜻을 담은 '골동면'은 비빔국수의 또다른 별칭이다.
골동면의 '바통'은 지난해 3000억 원대로 급성장한 생면 시장에서 최근 오뚜기의 고기리 들기름 막국수가 이어잡는 모양새다. 경기도 용인의 유명 맛집 '고기리 막국수' 식당에 오뚜기 함영준 회장이 직접 찾아가 즐겨먹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일화다. 이후 오뚜기와 직접 손잡고 RMR 밀키트로 내놓은 '오뚜기 고기리 들기름막국수'는 지난해 출시되면서 품절대란을 일으키자 이후 풀무원 막국수 시리즈 등 후속작들이 양산됐다.
오뚜기는 고기리 들기름 막국수에 이어 올해는 정통 소바의 맛과 식감을 구현한 ‘냉모밀’을 출시했다. 유탕면으로 소바면의 구수한 풍미와 식감을 구현했으며, 가쓰오부시를 졸여낸 짜지 않은 간장 육수에 시원한 무와 알싸한 와사비를 더했다. 메밀가루가 함유된 면과 액체스프, 무 블록으로 구성돼 있다. ‘무 블록’은 간 무와 와사비 페이스트, 김 가루, 쪽파 등을 블록 형태로 만든 것으로, 별도의 부재료를 준비하지 않아도 돼 더욱 간편하다.
비빔라면, 볶음라면 시장에서 각각 우위를 점하고 있는 팔도와 삼양식품도 최근 이 시장에 신제품을 추가하며 석권을 노린다. 팔도는 기존 ‘팔도비빔면’에서 진화한 팔도 꼬들김 비빔면, 꼬간초 비빔면을 새롭게 내놓으며 비빔면 라인업을 확대했다. ‘꼬들김 비빔면’은 들깨소스를 베이스로 한 양념으로 들기름 본연의 맛을 담았고, ‘꼬간초 비빔면’은 발효간장과 사과식초를 배합해 만든 양념과 함께 통참깨 참기름 스프를 별첨했다.
삼양식품은 지난 2월 양을 대폭 늘린 ‘비빔밀면’을 내놨다. 차갑게 헹궈먹는 면의 식감을 위해 11.1%의 감자전분을 배합해 쫄깃하면서도 찰진 식감을 구현했고, 자사 브랜드 열무비빔면(130g) 대비 21% 증량해 총 158g으로 내놨다. 비빔밀면은 현재 판매하는 국내 비빔면 제품 중 가장 양이 많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건강 트렌드에 힘입어 농심은 '샐러드누들'을 내놨다. 드레싱누들은 2016년 출시된 샐러드 파스타를 표방한 제품으로 이후 단종됐으나, 코로나19 이후 '헬시플레저' 트렌드에 힘입어 '샐러드누들'로 재단장해 돌아왔다. 샐러드누들은 국물없이 샐러드처럼 비벼먹는 타입으로 건면에 오리엔탈 드레싱소스 등으로 구성된다.
유통업체와 외식업체도 '맵지 않은 계절비빔면'으로 여름 국수 경쟁에 합류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들기름이 들어간 비빔밥' 제품이 인기를 끌자 ‘메밀 100% 들기름 막국수’를 최근 출시했다. LF푸드가 운영하는 라멘ㆍ돈부리 음식점 '하코야'는 RMR 냉모밀소바 제품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