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세계 백신 수요가 줄고 있다”...코로나19 팬데믹 종료 신호일까

입력 2022-04-13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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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바이오엔테크(왼쪽)와 모더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병과 주사기가 놓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왼쪽)와 모더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병과 주사기가 놓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루 백신 접종 횟수가 1년 만의 최저 수준이라네요. 백신을 접종하고 싶은 사람이 없는 것일까요, 접종해야 할 사람이 없어진 것일까요? 아니면 악몽 같았던 3년여의 코로나19 팬데믹이 드디어 끝나고 있다는 신호일까요?

◇급감하는 글로벌 백신 수요

▲코로나19 백신 접종 횟수 추이. 출처 : FT
▲코로나19 백신 접종 횟수 추이. 출처 : FT
영국 옥스포드대학 연구진이 만든 ‘아워 월드 인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1일 시점 하루 백신 접종 횟수(7일 이동 평균)는 1260만 회로 지난해 말 대비 65% 감소했습니다. 백신 접종이 서서히 늘기 시작한 작년 3월 하순 이래 최저 수준입니다. 올 1월 첫째 주에는 2억1200만 개였던 백신 투여량이 3월 중순에는 1억400만 개로 줄었답니다.

백신 매출도 당초 예상보다 낮아질 것이란 전망입니다. 영국의료조사업체 에어피니티는 이달 초, 2022년 세계 백신 매출 전망치(중국 제외)를 641억 달러(약 78조6378억 원)로, 기존에 예상했던 808억 달러에서 20% 하향 조정했습니다.

작년에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AZ), 존슨앤드존슨(J&J), 노바백스 등 주요 백신 제조업체들은 코로나19 백신 총 매출이 약 610억 달러라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백신 판매 수 전망도 60억 회로, 기존에 예상했던 90억 회에서 하향 수정돼 2023년 이후에는 연 20억~40억 회로 전망됐습니다. 3·4차 접종에 대한 수요가 침체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죠.

◇백신 접종 수요가 감소하는 이유는?

백신 수요가 감소하는 첫 번째 이유는 추가 접종에 대한 의욕이 저하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미크론부터 스텔스오미크론, 델타크론 등 중증화율 낮은 코로나19 변이가 지속적으로 출몰하면서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백신을 접종하는 데 대한 거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요.

에어피니티의 매트 린리 분석 책임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이런 흐름이 다른 나라로도 번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백신 접종이 선행된 나라에서는 3차 접종률이 25%, 4차는 50% 각각 감소했다고 합니다.

미국의 경우, 3월 말 50세 이상과 면역력 저하자를 대상으로 4차 접종이 승인됐습니다. 다만 접종 의욕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의료전문 미디어 ‘STAT’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성인을 대상으로 4차 접종 여부를 물었더니 18%가 “접종하지 않겠다”고 답했습니다. 또 25% 가까이는 “새로운 변이가 출현하거나 감염이 급증한 경우에만 접종한다”고 응답했습니다.

4차 접종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점도 접종 의욕 저하로 이어진다는 지적입니다. 이스라엘에서 60세 이상에 대한 4차 접종의 감염 예방 효과는 4차 접종 후 3~4주 후에는 3차 접종자에 비해 50% 정도 낮고, 7~8주 후에는 거의 없어진 걸로 나왔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에서는 기존 백신이 ‘BA.2’, 이른바 ‘스텔스오미크론’을 포함한 오미크론 변이에 충분히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접종 희망자 '뚝'...백신 메이커 머니트레인 멈춘다

▲백신 제조업체의 글로벌 매출
진파랑 : 기존 전망치
연파랑 : 에어피니티 2022년 전망치
출처 : FT
▲백신 제조업체의 글로벌 매출 진파랑 : 기존 전망치 연파랑 : 에어피니티 2022년 전망치 출처 : FT
코로나19 백신 시장을 장악한 바이오엔테크·화이자와 모더나의 시장 점유율은 합쳐서 88%이며, 올해 매출은 각각 364억 달러와 187억 달러로 예상됩니다. 이는 이전 전망치에 비해 15%, 27% 각각 하락한 것으로, 백신 제조업체의 캐시카우가 끝나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옥스포드·AZ 및 J&J 백신의 매출은 각각 30억 달러와 28억7000만 달러로 예상됩니다. 후발주자인 노바백스의 매출은 27억4000만 달러로 예상되는데, 이는 기존 예상치 46억1000만 달러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백신 수요가 줄고 있는데 따른 여파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백신 생산 속도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AZ 백신은 일부 위탁생산업체에서의 생산이 줄거나 중단됐고요. J&J는 지난해 12월부터 일부 공장에서 생산을 중단하고, 보다 수익성 높은 백신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심지어 일본이 AZ 백신 4000만 회분의 구매를 취소하는 등 일부 국가에서는 백신 주문을 취소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습니다.

에어피니티에 따르면 백신 접종 속도 둔화로 인해 23억 개의 백신 재고가 쌓여 있습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로저 송 애널리스트는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신제품을 개발하려는 백신 생산업체들에 코로나19 ‘머니 트레인’이 종식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끝없는 변이 출현, 섣부른 자신은 금물

▲서울 관악구 인헌중학교 학생들이 지난달 16일 학교에 설치된 이동형 유전자증폭(PCR) 검사소에서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관악구 인헌중학교 학생들이 지난달 16일 학교에 설치된 이동형 유전자증폭(PCR) 검사소에서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지난 12일자로 5억 명을 넘었습니다. 전체 신규 감염자 수와 사망자 수는 감소세가 계속돼 서구를 중심으로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의 규제를 철폐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지만, ‘BA.2’나 ‘XE’, ‘XL’ 등 전염성 강한 새로운 변이가 계속 출현하고 있어 섣부르게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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