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글로벌 원자재 시장...기업·소비자 모두 고통

입력 2022-04-13 15:40 수정 2022-04-13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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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 석탄, 대두유 등 사상 최고치 경신
3월 미국 물가상승률 8.5%, 40년래 최고치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 격차 확대...기업 수익 악화

글로벌 원자재 시장이 ‘카오스(대혼돈)’에 빠졌다. 석탄, 대두유, 귀리, 구리 등 거의 모든 원자재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그 여파로 물가는 무섭게 뛰고 있다. 3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40년 만의 최고치를 한 달 만에 다시 갈아치웠다. 가파른 원자재 가격 상승을 바로 반영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손실을 떠안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겹악재’로 상품 가격이 폭등하면서 세계 경제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 세계 곳곳에서 원자재 가격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영역으로 솟구치고 있다. 천연가스, 석탄, 대두유, 귀리, 카놀라유, 밀, 휘발유, 디젤, 프로판, 팜유, 구리, 주석 선물 가격이 올 들어 최고치를 경신했다. 대두, 돼지고기, 아연은 최고치 턱밑에 근접했다. 28개 원자재 선물을 추종하는 S&P GSCI지수는 800달러를 돌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에 이르렀다.

원자재 가격은 수요와 공급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치솟고 있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면서 수요가 급증했다. 여기에 각국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동안 살포한 현금도 불쏘시개가 됐다. 중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이 재고 확보에 나선 것도 가격을 끌어올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급 요인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세계 메이저 원자재 수출국들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치르면서 생산과 운송에 차질이 빚어졌다. 특히 에너지와 곡물 시장 붕괴에 가속이 붙었다. ‘라니냐(고온 건조)’ 현상으로 남미 지역 생산이 급감한 점도 타격을 줬다.

JP모건체이스의 원자재 전략가인 트레이시 앨런은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농산품, 금속의 재고가 최저치로 떨어졌다”며 “시장 혼란을 해결할 묘수가 보이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원자재 선물 가격 급등은 실물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미국 공공가스협회는 “가정용 가스는 선물 가격과 연결돼 있다”며 “선물 가격이 급격히 뛰면서 미국인의 난방 및 전기료가 큰 폭 인상됐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3월 미국 CPI는 8.5% 상승해 1981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미국 개인소비지출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차지한 비중은 1.9%였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의 1.8%와 1990~91년 걸프전으로 유가가 두 배 뛰었을 당시의 1.2%보다 높다.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제품에 반영하기 어려운 기업들의 속도 타들어 간다. 소비 위축을 우려해 가격을 과감히 끌어올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 격차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3월 일본의 생산자물가는 전년 대비 9.5% 상승했다. 반면 소비자물가는 0.9% 상승에 그쳤다. 격차가 8.8%포인트로, 198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확대됐다. 유럽은 더 심각하다.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31.4%인데 비해 소비자물가는 5.9% 상승으로 격차가 25.5%포인트에 달했다.

격차 확대는 기업 수익 악화로 이어진다. 골드만삭스는 이런 격차가 유가 상승, 엔화 약세와 맞물려 일본 제조업 순이익을 최대 14조1000억 엔(약 137조 원) 깎아먹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1975년 이후 최악이다. 기업 수익 악화는 고용과 임금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는 또다시 개인 소비 억제, 경제 성장 위축이라는 악순환을 낳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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