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미국 이더리움 전문가는 왜 북한을 도왔을까

입력 2022-04-1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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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버질 그리피스는  2019년 북한에서 암호화폐 강연을 한 혐의로 징역 5년 3개월 형을 선고받았다.(출처= 버질 그리피스 페이스북)
▲12일 버질 그리피스는 2019년 북한에서 암호화폐 강연을 한 혐의로 징역 5년 3개월 형을 선고받았다.(출처= 버질 그리피스 페이스북)

#2019년 4월, 북한에서 ‘평양 블록체인·암호화폐 회의’가 열렸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미국인 이더리움 전문가 한명이 강연자로 등장합니다. 물론 합법적인 방문은 아니었습니다. 미국 국무부가 그에게 회의에 참석하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이를 무시한 채 평양행을 강행한 것이었습니다.

버질 그리피스의 이야기입니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미 언론에 따르면 그리피스는 결국 2019년 북한에서 암호화폐 강연을 한 혐의로 뉴욕 남부지방법원에서 징역 5년 3개월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미 검찰은 그리피스가 회의에서 강연한 블록체인 관련 내용이 북한의 돈세탁과 제재 회피에 사용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그리피스가 북한 자산을 암호화폐로 바꾸는 법 등을 전수해 미국의 대북제재를 무력화했다는 것입니다.

엇갈린 운명, 그리피스가 북한에 간 이유

사실 그리피스는 가상화폐 플랫폼 이더리움 재단(EF)의 공동 창업자입니다. 재단의 공동 창업자이자 이더리움 창시자로 유명한 비탈릭 부테린의 친구기도 하지요.

그리피스는 2007년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서 내용을 수정한 익명 사용자들의 신원을 밝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유명세를 얻기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장래가 촉망되는 개발자였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린피스가 북한에 간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는 선고 전 판사에게 보낸 반성문에서 북한이 암호화폐 기술을 평화를 위해 사용하길 기대했다고 변론했습니다. 또 검사 측 주장에 따르면 그리피스는 2018년부터 북한에 이더리움 노드를 구축하고 싶어 했었다고 합니다.

즉 그가 북한에 암호화폐 인프라를 구축하면 제재 없는 평화 세계를 꾸릴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해석됩니다.

또 그리피스가 북한에서 한 강연 사진에서도 북한행의 목적을 엿볼 수 있습니다. 강의 중인 그가 “제재는 없어야 한다. 신난다.(No sanctions yay)”라고 적힌 화이트보드 앞에 서 있는 것으로 보아, 국가 제재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해석됩니다.

암호화폐 개발자들이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것처럼, 그리피스도 ‘중앙화’에 가까운 국가 제재인 ‘대북제재’에 반대하는 의미로 북한에 방문했다는 것이지요.

그리피스 강연이 불법인 이유…‘대북 제재’ 목적

그리피스의 목적이 무엇이든 강연은 엄연한 불법입니다. 미국엔 대북제재법인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이 있기 때문입니다.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은 미국 시민이 북한과 같은 테러지원국에 상품·서비스·기술 등을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입니다. 법 위반자에게는 최대 20년의 징역형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대북제재 정책을 통해 북한의 핵 보유를 규제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북한은 끊임없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기 위한 시도에 나서고 있습니다. 암호화폐에 대한 끊임없는 사이버 공격도 바로 이를 위해서죠.

지난 1일 발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정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 해커가 훔친 암호화폐가 약 4억 달러(4880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공격의 배후에는 북한 정찰총국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해킹조직 ‘라자루스’가 자리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자금을 확보한 북한이 핵실험을 준비한다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정황도 포착되고 있습니다. 미국 기업 플래닛랩스가 5일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를 위성으로 촬영한 사진을 분석해보니 핵실험장의 갱도 굴삭 작업으로 발생한 폐기물 추정물질이 쌓여 있는 게 확인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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