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타트업 위기...장외시장 2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

입력 2022-04-14 14:21 수정 2022-04-1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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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707억 달러, 전년 대비 8% 감소
2년 만에 마이너스, 고점인 직전 분기보다 26% 감소
연준 긴축에 위험선호 심리 줄면서 대형주에 몰린 탓
장외종목 자금 조달 어려워지면서 스타트업 도태 우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4일 트레이더들이 주가를 살피고 있다. 뉴욕/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4일 트레이더들이 주가를 살피고 있다. 뉴욕/로이터연합뉴스
올해 1분기 미국 장외시장이 2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속도를 높이자 위험 선호 심리가 줄어든 탓인데, 아직 상장하지 못한 스타트업들이 자금 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14일 미국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을 인용해 벤처캐피털이 주도하는 1분기 장외 거래 투자액이 707억 달러(약 87조 원)로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감소 전환은 2년 만으로, 고점을 기록한 직전 분기에서 26% 줄었다.

투자액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연준의 매파적 움직임이다. 연준의 긴축 가속에 투자자들 사이에서 위험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강해졌고, 이에 고위험군에 속하는 장외주식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연준은 올해 들어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상했고 남은 6차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인플레이션이 계속 치솟으면서 내달 있을 FOMC에선 인상 폭을 50bp(1bp=0.01%포인트)로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상 연준은 금리를 한 번 올릴 때 25bp 올렸던 만큼 50bp는 빅스텝으로 불린다.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미국 주식 시세가 1월 이후 조정장에 들어가면서 상장주 가운데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은 기술주나 성장주도 대거 약세를 보였고, 이로 인해 특히 하드웨어 분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장외종목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금융완화 정책 덕분에 충분한 자금을 조달했다. 지난해 이들 종목에 들어간 자금만 3400억 달러로, 전년 대비 2배에 달한다.

그중에서도 투자신탁회사와 연기금, 국부펀드 등이 장외시장을 적극적으로 물색했고 그 결과 이들의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장외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77%를 기록했다. 10년 전만 해도 장외주식 비중은 절반을 겨우 넘는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황은 빠르게 뒤바뀌고 있다. 탄탄한 대형주에 투자가 쏠리면서 장외종목을 넘어 신규 상장주들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신규 상장사 주가 동향을 보여주는 르네상스캐피털의 기업공개(IPO)지수는 지난달 말 기준 연초 대비 24% 하락했다.

웰스파고의 크레이그 맥크라켄 자본시장 공동대표는 “이제껏 적자를 기록하더라도 성장 가능성 있는 기업을 찾던 투자자들이 안전한 기업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준의 긴축이 지속하는 이상 앞으로도 투자처를 엄선하는 움직임은 가속할 전망이다. 닛케이는 “미국 대기업 펀드들이 우량 기업에는 빠르게 자금을 투입하는 편이지만, 투신이나 연금에는 기대하기가 어렵다”며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기업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스타트업의 도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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