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세상] 약간만 취하면 인생은 항상 축제일까? ‘어나더 라운드’

입력 2022-04-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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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술을 소재로 한 영화는 많다. 술로 무너져 가던 한 시나리오 작가의 아픈 사랑을 다뤘던 ‘리빙 라스베이거스’가 맨 먼저 머리에 떠오른다. 가슴 쓰리고 처연했던 이 영화는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

영화 ‘어나더 라운드’는 술을 다루고 있지만 조금 다른 궤를 달린다. 정확히 얘기하면, 영화는 술보다는 술꾼들의 얘기를 담고 있다. 영화 포스터의 메인 카피는 ‘약간만 취하면 인생은 축제’라고 주당들을 선동한다. 애주가들이 반길 만한 주장이지만 결코 영화는 술에 대한 예찬을 담고 있지 않다. 중년에 맞닥뜨린 삶의 좌절과 허무를 어떡하든 술로 극복해 보려는 네 명의 아저씨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낸다.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40대 교사 마르틴(마스 미켈센)은 사면초가에 몰려 있다. 삶의 열정도 없고 수업도 시들하다. 무엇보다 너무 바쁜 아내 아니카(마리아 보네비)와 대화를 나눌 시간조차 없다. 그러던 중 마르틴은 동료 교사에게 재미있는 얘길 듣게 된다. “인간에게 결핍된 혈중알코올농도 0.05%를 유지하면 적당히 창의적이고 활발해진다”는 것이다. 그 가설이 맞는지 시험에 나선 마르틴과 동료 교사들은 당장 효과를 보기 시작한다. 우울하고 무기력한 모습에서 자신감과 유머를 장착한 마르틴과 동료들은 점차 사람들의 호감을 사게 되고 함께 알코올 농도를 높여 나간다.

독특한 개성파 배우 미켈슨은 술로 좌절하고 술로 회생하는 술꾼의 연기를 기가 막히게 보여준다. 여기에 20대 시절 무용수로 활약했던 실력을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깜짝 쇼로 보여준다. 그 춤은 삶의 회한과 절망, 그리고 희망을 품고 있다.

영화가 끝나고 ‘이다를 위하여’라는 자막이 화면에 뜬다. 영화 촬영이 들어간 며칠 후에 토마스 빈터베르 감독의 딸 이다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감독이 각본을 쓸 때 비극적이었던 부분들이 딸 이다의 조언으로 희망적인 색깔로 변했다고 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학교 역시 실제 딸 이다가 다녔던 학교에서 촬영될 정도로 딸이 영화에 적극 의견을 제시한 걸로 알려졌다.

토마스 빈터베르 감독은 지난해 93회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수상 소감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다, 방금 기적이 일어났어. 어디선가 보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상은 너를 위한 상이야.”

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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