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 “‘산업부 블랙리스트, 환경부와 닮은꼴”

입력 2022-04-1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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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 (연합뉴스)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 (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를 향하던 검찰의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가 문재인 정부 여러 부처로 확대되는 형국이다. 산업부를 비롯한 각 부처들의 직권남용 수사는 문 정부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처의 장‧차관들이 산하 공공기관장들을 압박해 사표를 받았다는 점에서 2018년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닮아 있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사표를 종용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고 1월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 받았다. 당시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폭로한 인물은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 출신)이다.

김 전 수사관은 18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문재인 정권 직권남용의 ‘첫 샘플’과 같아서 이후 같은 구조를 띤 산업부와 다른 부처 수사는 쉽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음은 김 전 수사관과의 일문일답.

△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폭로한 뒤 검찰 안팎의 분위기를 회상하자면

“의혹을 언론 인터뷰에서 폭로한 뒤 야당이 김은경 전 장관을 서울동부지검에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형사고발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주진우 부장검사)의 수사가 진행됐고 기소까지 이뤄졌는데 당시 정부가 긴장을 했던 건지, 갑작스러운 검찰 인사가 시작됐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부임하고 난 뒤 친정권 인사는 요직으로, 정권을 수사한 검사들은 좌천됐다. 수사 압박처럼 받아들여졌다.”

△ 당시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한 동부지검 수사팀은 어떻게 됐나

“주진우 부장검사가 안동지청으로 발령을 받았고 그 외에 동부지검 수뇌부 모두 좌천당했다. 누가 봐도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가 이뤄진 것에 대한 보복성 인사였다. 이를 보며 향후 (추 전 장관 등이) 직권남용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 (뉴시스)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 (뉴시스)

△ 최근 동부지검에서 시작된 산업부‧교육부‧통일부‧국무총리실 등 광범위한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타 부처의 블랙리스트 의혹 모두 환경부 블랙리스트와 똑같은 구조다. 비록 환경부 수사 이후 3년이 지났지만 지금이라도 수사가 확대된 만큼 검찰이 환경부 사건과 비슷한 형태의 혐의점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 수사는 왜 3년 동안 멈춰 있었을까

“문재인 정부는 환경부 블랙리스트를 수사한 수사팀을 어떤 식으로 좌천시켰는지 보여줬다. 이를 보고서 어떤 검사가 용기 있게 자신의 직을 걸고 수사에 나설 수 있었겠나.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 당선인이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되며 검사들이 수사를 재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이제야 수사를 재개한 검찰을 보고 ‘새정부 코드맞추기’라는 비판이 나오는데

“진작 했어야 할 수사를 정권 눈치 보느라 ‘뭉개기’로 3년간 묵혀뒀다가 대선이 끝난 뒤에야 재개하는 것은 비판받을 만한 일이다. 그러나 새로운 정부에 코드를 맞추기 위해 수사를 재개한다는 시선은 잘못됐다. 다만, 수사를 재개하는 서울동부지검 최형원 형사6부장은 김오수 검찰총장의 광주 대동고 후배이고 직계이기 때문에 이번 수사는 새로운 정권에 줄을 서는 김오수 검찰총장의 행보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 향후 수사는 어떻게 전개될 것이라고 보는지

“정부부처 직권남용의 ‘첫 샘플’인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은 만큼 이후 산업부 등 타 부처의 블랙리스트 수사는 한결 쉬워질 것이다. 환경부 수사를 교과서 삼아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하면 수사는 성공할 것이다.”

△ 전 정권에 대한 기획수사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이미 3년 전에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형사 고발했고 고발장 접수로 인해 수사가 진행되는 것일 뿐이다. 오히려 수사가 늦게 진행된 것을 비판해야 한다.”

△ 정부부처의 직권남용 외에 또 다른 문제를 지적한다면

“문재인 정권의 비리를 40여 건 발견하고 이를 공익신고 했다. 첫 수사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리 의혹에 대한 감찰 무마사건이다. 두 사건 모두 검찰이 혐의점을 쉽게 파악했고 수사는 수월하게 진행됐다. 그랬더니 문재인 정권은 수사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특감반원들이 유재수 전 부시장의 의혹에 대한 감찰을 정당하게 수행했는데도 문재인 정권은 이들에게 불이익을 줬다. 이같은 직권남용 행태를 앞으로도 계속 알리고자 한다.”

△ 어떠한 방식으로 사실을 알릴 것인지

“그간 힘없는 수사관 신분으로서 정권에 맞서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국회의원 면책특권이 필요했고 21대 총선 강서구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이번 6월 지방선거에서 강서구청장에 다시 도전한다. 새로운 정권에 힘을 보태 문재인 정부의 직권남용과 위선을 폭로하겠다.”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 (연합뉴스)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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