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찬의 세금과 사회] 부동산시장에서 조세정책의 역할

입력 2022-04-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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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 교수, 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이번 대선의 향방을 부동산이 갈랐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도 없는 세금으로 주택 소유자들을 죄인 취급하고 그 역풍으로 선거에서 패배했다는 것이다. 세금은 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하는가?

인수위가 발족하고 부동산TF가 만들어지면서 시장 중심, 민간 중심의 부동산정책을 추구하겠다고 한다. 조세의 정책적 활용을 부인하는 것이 시장경제주의라고 여기는 듯하다. 그러나 제대로 된 시장경제 주창자라면 시장이 항상 효율적으로 기능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경제력 집중, 외부 효과의 존재, 정보의 비대칭성 등의 문제가 존재하는 경우 정부가 적절하게 개입하여 시장의 실패를 바로잡아주어야 효율적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은 이런 문제가 아니더라도 항상 원활하게 작동하여 균형적인 거래량과 가격을 찾아가는 것은 아니다. 수요와 공급이 지나치게 탄력적이거나 지나치게 비탄력적인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대처해야 하는 것이다. 개별 시장이 가지는 제약조건들을 충분히 고려하여 시장이 기능하도록 하는 정책을 펼쳐야 하며 이렇게 하는 것이 제대로 된 시장경제이다.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기 위하여 국가가 투입하는 정책수단 중에 조세정책은 제일 중요한 정책수단으로 꼽힌다.

부동산시장은 특별하게 불완전한 시장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공급의 비탄력성 때문이다. 세계 어디서나 아파트나 개인주택을 만들어서 공급하는 것은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 주택은 일정 규모의 토지를 필요로 하고 나라마다 토지의 양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택지가 부족하여 정부가 나서서 대규모의 택지를 민간으로부터 수용 등의 방식으로 개발하고, 이를 건설업체에 넘기고 분양의 과정을 거쳐서 실제로 입주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방식은 계획부터 입주까지 더 긴 시간이 걸린다.

우리나라는 상당수 인구가 수도권에 거주하는 수도권 집중의 문제가 존재한다. 때문에 수도권은 택지 부족의 문제가 심각하고 이 제약요인이 공급의 비탄력성을 다른 나라보다 더 강하게 한다. 수도권에서 고도제한의 규제를 풀면 향후 교통체증의 문제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계획부터 입주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계획 시기의 예상과 달리 주택 공급기에는 오히려 수요가 침체되어 분양이 어려운 경우도 우리는 흔하게 경험했다. 이때 경기침체 우려 때문에 정부는 미분양 물량의 소화를 위하여 세금공제나 대출을 권유한다. 빚내서 집 사라는, 향후 부동산 가격이 더 하락하는 경우 개인들에게 어려움을 야기하는, 책임질 수 없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다. 이럴 때 시장 중심을 강조하는 부동산 전문가들이 정부의 세금 지원이 필요 없다고, 시장에 맡겨 두라고 나서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공급에 비교하여 수요는 미래의 가격 전망에 따라 탄력적으로 변화하므로 정책수단을 수요 조절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쉽게 가열되는 수요를 적절하게 제어하지 않으면 공급이 비탄력적이므로 거래량의 작은 변화에도 가격 변화가 크다. 매매가격의 변동성은 전월세가격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서민들의 주거 생활은 심각하게 어려워진다.

우리나라는 부동산 분야로 자원의 비효율적인 집중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부동산자산의 비율은 2020년 기준 6.0이다. 미국은 이 비율이 2.8(2018년)에 지나지 않는다.

부동산시장의 상황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이자율 수준이다. 이것이 주택보유의 비용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다만 이자율 수준을 결정하는 한국은행은 주택시장만을 염두에 둘 수는 없고 경제 전체의 상황과 해외의 이자율 수준을 고려하여 결정할 수밖에 없다.

대출규제는 부동산시장의 단기적인 규제 수단으로 적절하다. 단 금융기관의 행태에 대하여 금융감독기관이 본분을 다한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최근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대출규제를 하고자 하여도 금융기관이 안전한 수익을 보장하는 주택담보대출을 조금도 포기하지 않으려 하고 금융감독당국도 금융기관에 포획된 행태를 보이면 실효적인 대출규제가 이루어지지 못한다.

주택공급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에서 시장안정을 위한 단기적인 정책 수단이 될 수는 없다. 다만 장기적인 실수요 변화를 감안하여 꾸준하게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세정책은 이미 가열된 시장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잘 정착되어서 납세자들의 머릿속에 상수로 자리 잡은 보유, 양도, 취득에 대한 적정한 수준의 부동산 세제는 이자율 변화에 따라 안정된 시장이 불안정하게 변하는 길목에서 시장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분명하다. 양도소득세는 부동산투자자의 수익률 전망을 낮추어 후속 투자를 자제하게 한다. 취득세는 빈번한 거래에 부담을 주고, 보유세는 소득 수준에 비교하여 과도한 부동산 보유에 비용을 부과한다. 세제가 사회와 납세자들의 의식 속에 잘 착근되도록 시간을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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