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아파트 주차장 기준 26년째 그대로, 주차 전쟁 언제까지

입력 2022-04-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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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부 차장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부러운 장면이 있다. 왕복 2차로지만 우리와 달리 넓디넓은 도로를 지나 자신의 집 앞에 대충 주차를 하는 모습이다. 어딜 가나 주차난이 심각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필자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지난해 겨울 지방의 한 도시에 사는 처가가 모 브랜드 건설사가 지은 새 아파트로 이사했다. 이사 초기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몇 개월 후 대부분 입주를 마치고 난 뒤 매일매일 주차 전쟁을 겪고 있다. 오후 8시가 넘으면 주차할 곳이 없어서 몇 바퀴를 돌기 일쑤고 그마저도 어려우면 불법 주정차 딱지를 걱정하며 아파트 근처 도로 갓길에 주차해야 한다.

아파트 주민협의회에서는 대책 마련이랍시고 1대 등록은 무료, 2대 이상부터는 한 달에 얼마씩의 돈을 걷기로 했다. 문제는 돈을 걷어도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1대 이상부터 돈을 걷는 식으로 운영되는 아파트 단지가 많다. 그러나 한 달에 몇만 원의 돈을 내기 싫어서 차를 파는 주민은 없을 것이다. 주차난이 심각하니 가만히 있기는 뭐해서 이런 거라도 하는 것일 뿐이다.

13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2년 1분기 자동차 등록현황을 보면 올해 1분기 자동차 누적등록 대수는 2507만대에 달한다. 인구수로 나누면 인구 2.06명당 1대의 자동차를 보유한 셈이다. 처가는 4명의 가족이 사는데 차가 3대다. 지하철이 없고 버스가 자주 안 다니는 지방 도시의 불편한 대중교통 때문에 중산층 정도의 삶을 산다면 지방에서는 한 가구에 2~3대는 기본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아파트의 법정 주차장 기준(주택 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은 1996년에 가구당 평균 주차 대수를 1대 이상(가구당 전용면적이 60㎡ 이하면 0.7대 이상)으로 정한 이후 26년째 제자리다. 당시 자동차 누적등록 대수는 955만대였다. 26년간 누적 자동차 대수는 161.8%나 급증했지만, 주차장 기준은 그대로였으니 아파트마다 주차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는 셈이다.

많은 국민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데 어떻게 26년째 안 바뀌었을까. 기사를 검색해보니 2018년에 국토부가 차량이 늘어나는 현실을 반영한다며 주택 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제시된 주차장 설치 기준을 손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는데 후속 기사는 없었다.

2020년에는 아파트 주차난 해소법을 발의했다고 하는데 역시 후속 기사는 없었다. 아파트 주차난 해소법을 발의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사업계획이 승인된 전국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단지의 시·도별 가구당 주차대수는 제주가 1.02대로 가장 적었고 세종이 1.52대로 가장 많았다. 대부분은 1.2~1.3대가 대부분이었다. 참고로 필자가 사는 집은 세종시에 있다. 오후 10시에도 주차할 곳이 많은 편이라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1.52대라 그런 것 같다.

26년째 안 바뀐 이유는 아마도 주차장을 더 확보할 경우 아파트 건설비용이 늘어나는 것을 걱정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지하를 파는 데는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차기 정부에서 아파트 주차장 기준을 개선해 매일 벌어지는 주차 전쟁을 막을 수 있다면 다른 그 어떤 국정과제보다 더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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