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 달분 남은 코로나 치료제…'자급화' 없이 엔데믹 가능할까?

입력 2022-04-19 16:39 수정 2022-04-20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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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한 약국에 비치된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 (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약국에 비치된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 (연합뉴스)

사회적 거리두기를 전면 해제한 방역당국이 '포스트 오미크론' 계획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재유행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치료제의 충분한 확보와 간편한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먹는 약(경구용 치료제)의 처방 대상자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넉 달분 남은 경구용 치료제…계약물량 약 70% 도입 완료

19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금까지 국내에 도입된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는 총 80만6000명분이다. 화이자의 '팍스로비드'는 10만2000명분이 추가되면서 국내 도입 물량이 총 72만6000명분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21만 명분이 사용돼 남은 물량은 51만6000명분이다.

머크의 '라게브리오'는 10만 명분이 들어왔고 1만3000명분이 사용돼 8만7000명분이 남았다. 남은 경구용 치료제는 팍스로비드와 라게브리오를 합쳐 총 60만3000명분이다.

정부는 3월 팍스로비드 20만 명분을 추가 구매해 팍스로비드 96만2000명분, 라게브리오 24만2000명분 등 총 120만4000명분의 경구용 치료제를 확보했다. 지난 1월부터 계약된 물량의 68.6%의 국내 도입이 완료됐으며, 약 5분의 1이 사용된 상태다.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팍스로비드는 2만5242명에게 처방됐다. 팍스로비드가 1주에 2만5000명 분씩 처방된다고 가정하면 남은 물량으로는 20~21주간 처방할 수 있다. 대략 넉 달간 처방 가능한 양이다.

다만 확진자가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1주당 처방량도 점점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팍스로비드는 이달 1~7일까지 2만9646명 분, 지난달 25~31일에는 3만6538명분이 처방돼 조금씩 감소하고 있다.

라게브리오의 경우 8~14일에 걸쳐 4827명에게 사용됐다. 이 약은 팍스로비드보다 효능이 떨어지지만, 병용금기 의약품 성분이 28종에 달하는 팍스로비드를 쓸 수 없는 환자들에게 처방되고 있다. 현 추세대로 쓰이면 18주가량 쓸 수 있는 물량이 남아 있다.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라게브리오'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라게브리오'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먹는 약 처방 대상 늘린다는데…자급화 아직 어려워

정부는 포스트 오미크론의 대응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예방접종과 함께 치료제를 꼽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거리두기가 완전히 해제된 만큼 고위험군 보호를 위해서는 충분한 치료제 확보와 신속한 진단·처방·투약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경구용 치료제를 전적으로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언제든 공급 부족 사태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특히 정부는 확진자 격리 의무 해제가 다가오면서 팍스로비드의 처방 대상자를 넓히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팍스로비드의 처방을 넓히는 것은 여러 가지로 검토하고 있다"며 "처방 대상군 확대에 관한 내용은 의료적인 문제가 많아서 관련 의사결정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날 오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경구용 치료제 처방을 12세 이상 기저질환자로 확대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경우 60세 이상과 면역저하자, 40·50대 기저질환자에서 처방 대상자가 대폭 늘어 치료제 수요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포스트 오미크론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치료제 자급화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다수의 제약·바이오기업이 경구용 치료제 임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개발이 가시화된 기업은 없다. 완전한 국산 치료제는 아니지만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공동개발 중인 일동제약의 치료제 임상이 그나마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한편, 한미약품과 셀트리온, 동방에프티엘 3개 기업은 국제의약품특허풀(MPP)을 통해 다국적제약사의 경구용 치료제에 대한 복제약(제네릭) 서브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셀트리온은 팍스로비드·라게브리오 완제품 생산, 동방에프티엘은 원료 생산, 한미약품은 라게브리오 원료 및 완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정부는 이들 기업의 생산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지원을 받아 생산할 약은 국내에서는 사용될 수 없는 중·저소득 국가 수출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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