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후보자는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최근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지면서 국내 물가의 상방 위험과 함께 경기의 하방 위험도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통화정책 운용에서는 높아진 불확실성을 고려해 물가 위험과 경기 위험이 어떻게 전개될지 면밀히 살펴야겠다”고 강조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 스태그플레이션 현실화에 경계심을 보인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앞으로 물가 상승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봤다. 이 후보자는 서병수 의원(국민의힘)의 물가 전망 관련 질의에 “물가 상승 국면이 적어도 1∼2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모두발언에서도 이 후보자는 “지난달 4% 넘게 상승한 소비자물가는 앞으로도 원유, 곡물 등 원자재가격 상승 영향으로 상당 기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전망”이라며 “경기는 코로나19 위기에서 회복되는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으로 성장세가 기존 전망보다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이 물가를 자극할 우려에 대해선 “지금 추경은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지원하는 미시적 정책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별적 보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그 총량이 매우 커서 거시적으로 물가에 영향을 주게 되면, 당연히 정책당국과 얘기해서 물가 영향을 어떻게 조절할지 한은도 관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기준금리 연속 인상으로 가계의 이자 부담이 늘고 있다는 서병수 의원의 지적에는 “현 상황은 이미 가계부채가 증가한 상황”이라면서 “시그널을 줘서 가계부채가 꺾이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금리인상으로 추가이자 부담이 늘고 이로 인해 국민 실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느냐는 걱정에 대해서도 “어려움은 있겠지만, 가계부채를 지금 꺾지 않으면 안 된다. 성장에 문제가 없다면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주호영 의원(국민의힘)이 “추상적 얘기 말고, 총재가 되면 물가와 가계부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구체적 의견을 달라”는 요청에 이 후보자는 “경기 속도가 크게 둔화하면 그때그때 조율하겠지만, 물가 상승 심리(기대인플레이션)가 올라가고 있어 인기는 없더라도 (금리인상) 시그널을 줘서 물가가 더 크게 오르지 않도록 전념하겠다”고 답했다.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해선 “가계부채는 부동산과도 관련돼 있어 금리로 시그널을 주는 건 중요하지만, 한은의 금리정책만으로는 불가능하다”라며 “따라서 범정부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구조·재정·취약계층 문제 등을 고려한 종합적 솔루션(해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현 정부의 부동산 및 재정 정책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여당 의원들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평가를 요청하자 그는 “실패라는 용어는 너무 강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여러 정책 의도 등을 충분히 이해한다”라면서도 “세제를 통해 특정 지역의 부동산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전제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부동산 정책의 목표는 서민의 주택 안정과 주택 공급”이라며 “강남 지역의 안정화를 정책 목표로 삼으면 부작용이 너무 크다”라고도 했다.
현 정부의 확장 재정정책에 대해서는 “코로나19로 성장이 급락할 때 당연히 재정정책은 필요했고, 재정정책이 성장률 하락을 막은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재정정책의 목적과 방법이 일시적으로, 타깃 해서(전 국민이 아닌 목표층을 정해서) 지원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한은 조직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고 어떻게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 질문에 “(한은 직원들이) 일한 만큼 명확한 보상을 받도록 하고 외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도록 해야 한다”며 “(한은) 개혁 방안을 빠르게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은의 물가 전망치가 실제와 크게 다르다는 지적에 대해선 “물가나 경제 성장률의 예측률을 높이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공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