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밀어주기’ 동원산업 합병 의혹에...블래쉬자산운용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

입력 2022-04-20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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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윤 블래쉬자산운용 대표(사진 제공=블래쉬자산운용)
▲백지윤 블래쉬자산운용 대표(사진 제공=블래쉬자산운용)
“전쟁 리스크는 우리보다 대만이 높은데, 외국에선 대만보다 우리 시장을 더 안 좋게 봐요. 기업 거버넌스 때문이죠”

백지윤 블래쉬자산운용 대표는 19일 서울 여의도에서 진행된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실체는 엉망인 우리 기업 지배구조라는 뜻에서다. 그가 최근 대주주 일가에 유리한 합병 비율로 논란이 되는 동원산업-동원엔터프라이즈 이슈를 비판하고 나선 것도 이 연장선이다.

지난 7일 동원산업은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 합병한다고 발표했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동원 그룹의 지주회사로 동원산업은 물론 동원F&B, 동원시스템즈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동원그룹은 이번 합병으로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가 합쳐지면서 동원산업이 지주회사로 오르고,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사라진다. 즉 동원산업이 동원F&B, 동원시스템즈를 자회사로 두게 되는 구조다.

문제는 합병 비율(동원산업:동원엔터프라이즈=1:3.838553)이다. 백 대표와 같은 기관 투자자를 비롯해 경제개혁연대와 같은 시민 단체들은 동원엔터프라이즈엔 유리하게, 동원산업엔 불리하게 합병 비율이 결정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이 동원엔터프라이즈 지분 68.27%를 보유했기 때문에 오너 일가에 유리하게 합병 비율이 결정됐다는 것이다.

백 대표는 “합병 비율을 계산할 때 동원산업의 자산가치로 할 수 있었음에도 이사회는 기준시가에 따라 합병가액을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기준시가란 △최근 1개월간 평균 종가 △최근 1주일간 평균 종가 △최근 일의 종가 등을 산술평균한 가액이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동원산업을 자산가치로 합병가액을 산정하면 38만2140원이나, 기준시가로 산정하면 24만8961원이다.

백 대표는 “동원산업 이사회는 합병을 결정하면서 회사에 불리한 기준시가를 택했다”며 “이는 동원엔터프라이즈의 대주주 일가에 이익을 몰아주기 위해서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부회장은 동원엔터프라이즈 지분 68.27%를 가진 최대 주주로 합병이 성사되면 동원엔터프라이즈 지분에 비례해 동원산업 신주를 부여받는다. 합병 비율이 유지된다면 김 부회장은 합병으로 동원산업 주식 48.43%를 보유하게 된다.

백 대표는 동원산업 합병의 핵심은 올바른 기업 거버넌스가 뿌리내리지 못한 우리 환경이라고 봤다. 그는 “미국에서 이사가 일부러 주주에게 손해를 끼치면 소송당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라며 “이사회 책임에 대한 배상 한도도 낮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우리나라 증시가 저평가되는 주 요인”이라며 “주식은 투자자가 회사에 돈을 빌려주면서 회사가 잘 되면 성과를 공유 받는 것인데 우리나라에선 대주주만 성과를 가져간다”고 했다. 백 대표는 “손해가 나면 같이 망하고 이익이 나면 대주주만 가져가는 상황인데 누가 선뜻 투자하겠냐”며 “그래서 기업 거버넌스가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래쉬자산운용은 이번 합병을 막기 위해 소송까지 검토하고 있다. 백 대표는 “현재 동원산업을 팔고 나가도 (블래쉬자산운용) 손해는 아니지만 (이번 합병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생각했다”며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의 형이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인데) 증권 쪽은 몇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라 한국투자금융지주와 연결된 회사는 나서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블래쉬자산운용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법적 대응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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