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ILO 핵심협약 발효, 더 기울어진 노사 운동장

입력 2022-04-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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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이 20일 발효됐다. 근로자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강화를 골자로 한 내용이다. 이들 핵심협약은 문재인 정부가 중점 과제로 추진해 2020년 12월 국회에서 비준됐고, 그에 맞춰 노동관계법도 개정했다. 근로자 아닌 실업자와 해고자들도 기업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됐고, 법외 노조였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합법화했다. 개정법은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금지 조항도 삭제했다. 이제 단체행동권 제한도 사실상 사라졌다. 노조가 근로조건과 무관하고 그동안 불법이었던 정치적 파업을 벌일 수 있다.

산업현장 혼란이 불가피하고 노사갈등 확대에 대한 경제계의 우려가 크다. 그렇지 않아도 문재인 정부의 노조편향 정책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인 노사관계 불균형이 심화하고 분규가 더 빈번해질 것이라는 걱정이다. 그동안 경제계는 부작용 최소화와 노사 균형을 위한 보완 입법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반면 노동계는 노동관계법이 ILO협약 기준에 미흡하다며 추가 법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모든 정치파업을 합법화하고, 사업장 전면 점거가 허용돼야 하며, 파업에 대한 형사처벌도 제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이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법 전면 개정과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 노조권 보장, 원청사용자와 교섭권 보장, 공무원·교원 정치활동 허용,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폐지 등을 주장했다. 이들 양대 노총은 대선 직후부터 정치투쟁에 집중하고 있다.

경제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노조의 사실상 무제한 파업이 가능해졌음에도 기업이 대항할 수단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경제계는 노조의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와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을 수없이 요구해 왔지만 외면당했다. 현행법 수준인 생산 및 주요 시설 점거 금지에 그쳤다. 하지만 ILO협약을 비준한 대부분 선진국이 기업의 방어권을 보장한다. 미국·영국·독일·일본 등도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사업장 점거와 기물 파손 등의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한국의 노사관계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대립적이고 강성 노조의 투쟁일변도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나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매년 내놓는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늘 우리 노동시장 경직성이 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최대 요인으로 지적된다. 노사협력, 정리해고 비용, 고용 및 해고관행, 외국인 고용의 용이성 등이 해마다 세계 최하 수준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경영환경 개선에 대한 기업들의 기대도 어느 때보다 크다. 우리 경제의 고질병인 노동시장 후진성은 계속 악화하고 있다. 새 정부가 내세우는 민간주도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노동계에 기울어진 운동장부터 바로잡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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