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연준의 빅스텝, 0.5%P 금리 인상은 가능할까

입력 2022-04-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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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건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부장

매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끝난 3주 후에는 당해 FOMC에서 연준 위원들이 나누었던 대화를 담은 의사록이 발표된다. 3월 FOMC 의사록이 초유의 관심을 모은 이유는 이 회의에서 시사한 양적 긴축에 대한 불확실성과 0.5%포인트(P) 금리 인상, 즉 연준의 빅스텝(Big Step)에 대한 우려가 컸기에 실질적인 의사 결정 기구인 FOMC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0.5%P 기준금리 인상은 2000년 5월 16일 당시 6%였던 기준금리를 6.5%로 인상한 이후 단 한 번도 단행된 적이 없기에 시장이 느끼는 긴장감이 클 수밖에 없다. 2000년 5월은 IT버블이 절정에 달했던 때로 2000년 3월 나스닥이 고점을 찍고 급락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미국 주식 시장의 열기는 뜨거웠고 다른 어느 국가들보다 팍스 아메리카(Pax America)로 대변되는 미국의 성장이 독보적으로 나타나던 시기였다. 당시 큰 폭으로 상승한 자산 가격과 경제 성장에 힘입어 글로벌 유동성이 미국으로 몰렸기에 미국 소비자들은 상당히 강한 소비 성향을 나타냈으며 이는 강한 성장과 함께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기 시작했다. 이미 1999년 하반기부터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으나 과열 양상을 보이던 자산 시장을 식히기에는 역부족이었기에, 그리고 강력한 소비에 기반하여 빠르게 상승할 기미를 보이는 물가 잡기가 필수였기에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은 0.5%P 인상을 단행했던 바 있다.

이후 2004~2006년의 금리 인상기에도, 그리고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긴 기간에 걸쳐 이어졌던 금리 인상기에도 0.5%P 인상은 단행되기 어려웠다. 미국 경제가 전 세계 소비에서 차지하는 영향이 워낙에 컸기에, 글로벌 저성장 기조가 강해졌기에, 그리고 부채의 규모가 과거 대비 비교할 수 없이 커졌기에, 인플레이션 압력보다는 디플레이션 압력이 훨씬 강했기에 금리 인상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었으며, 금리 인상이 단행되더라도 0.25%P 인상이 중심이 되는 이른바 베이비스텝(Baby Step)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5%까지 기록하며 1980년대 초반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물가 상승률이 피크아웃할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내고 있지만, 물가 상승률이 더 오르지 않더라도 이미 형성되어 있는 8.5%라는 인플레이션 레벨은 2%를 목표로 하는 연준에는 너무나 버거울 수밖에 없다. 피크아웃 징후가 뚜렷하더라도 절대적인 물가 레벨을 인위적으로 끌어내리는 작업이 필수이기에 빅스텝과 같은 보다 빠른 행보를 가져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성장이다. 금리 인상이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경제 성장이 느끼는 부담이 상당히 커진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글로벌 부채가 과거 대비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는 금리 인상의 부담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느껴질 수 있으며 이는 성장을 잠식할 개연성이 있다. 실제 3월 연준의 의사록에서는 연준 위원들이 물가를 보면서 0.5%P 인상에 동의하면서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언급하면서 0.5%P 인상에는 신중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3월 중순에 있었던 FOMC 회의였기에 2월 24일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4월 초에 발표된 미국의 3월 고용 지표는 이런 우려를 불식하고 있다. 3월 고용 지표에서 취업자 수는 여전히 강한 수준을 이어갔고, 미국의 실업률은 3.6%까지 낮아지면서 팬데믹 이전 레벨인 3.5%에 바짝 다가서 있다. 팬데믹 이전 3.5%의 실업률을 보면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반세기 동안 가장 낮은 실업률이라며 미국 경제의 강건함을 강조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3월 고용 지표를 통해 본 미국의 경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도 불구하고 크게 휘청이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연준이 걱정하는 성장의 불확실성은 다소 낮아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낮아졌다면 연준이 빅스텝을 이어가는 데 걸림돌이 사라진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4월 중순 기준으로 연준이 5월 FOMC에서 0.5%P 금리 인상을 단행할 확률은 91%에 달한다. 상당히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0.5%P 금리 인상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매파로 분류되는 한 연준 위원은 한 번에 0.75%P를 올리는 자이언트스텝(Giant Step)을 거론하기도 한다.

물론 시장에 이미 알려져 있는 뉴스인 만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설득력 있게 들릴 수는 있겠지만 과거 대비 부채가 크게 늘어나 있다는 점, 그리고 워낙 물가가 높기에 연준이 이번 빅스텝 이후에도 추가적인 빅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점 등 다양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이럴 때일수록 개인의 투자 자산 운용에 있어서도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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