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엔저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지만 환율 변동에 따른 수출입 영향이 적어 크게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과거 엔화 가치가 떨어졌던 때에도 우리나라 경제에 큰 영향은 없었고, 이미 경험도 있다"며 "최근 수출은 품질 등 비가격 경쟁이 중요시되고 있어 경쟁력에 대한 영향이 과거보다는 없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크게 우려할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엔화 환율은 전날 오전 달러당 129엔선으로 올라서면서 2002년 4월 이후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후 일본 외환 당국자의 구두 개입성 발언에 미국 채권 금리 반락이 겹치면서 21일 오전에는 127엔대로 하락(엔화가치 상승)했다.
엔화는 대표적인 안전자산 중 하나로, 전쟁이나 자연재해 등 위기 상황에서 투자심리가 나빠지면 매입 수요가 늘어나 통상 강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 지정학적 위험 고조에도 엔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미국, 일본 간 통화정책 차별화와 일본 정부의 추가 경기 부양책 실시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엔화 약세는 그동안 우리나라의 수출 전선에서 경계 대상이었다. 달러화에 대한 엔화 가치가 가파르게 떨어지면 일본과 수출 경쟁을 벌이는 우리나라 품목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수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2010년대 초중반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이 80엔대에서 120엔대로 치솟으면서 한국 수출 기업들이 고전했다.
다만 최근의 엔저 현상은 한국 입장에서 아직 우려할만한 단계는 아니라는 의견이 다수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미국 금리 인상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과거 엔저 시기에도 일본의 수출물량 증가세가 부진한 실적을 보여왔고, 최근 한·일 수출 경합도가 하락하고 있어 엔저의 수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 2012년에도 '아베노믹스'를 통한 엔화 약세로 수출 개선을 도모했지만, 그해부터 5년 동안 일본의 대세계 수출물량은 감소 혹은 1%포인트(P) 미만 성장에 그쳤다. 결과적으로는 엔화 약세에 따른 수출물량 확대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