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패션이 초래한 죽음… ‘패션의 흑역사’

입력 2022-04-22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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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Pixabay)
▲(출처=Pixabay)

몸을 가리거나 보호하기 위해 베, 무명, 비단 따위의 천으로 만들어 입는 물건.

바로 ‘옷’의 정의다. 옷의 정의에서 눈에 띄는 단어는 ‘보호’다. 그렇다. 우리는 신체를 가리고 보호하기 위해서 옷을 입는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입고 있는 옷이 인간은 물론 동물과 환경에 치명적인 해악을 끼칠 수도 있다.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라이어슨 대학교 패션 스쿨 교수 앨리슨 매슈스 데이비드는 책 ‘패션의 흑역사’에서 옷은 우연이든 계획적이든 역사 전반에 걸쳐 죽음, 질병 및 광기의 원인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우리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옷을 입고 생활한다. 옷은 여러 가지 위험 요인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고, 쾌적함을 제공하며, 단정한 느낌을 유지해 준다”며 “그러나 이 책은 이러한 주요 임무에 보기 좋게 실패하여 착용한 사람을 오히려 죽음에 이르게 만든 옷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옷이 전염병을 옮기고, 화학 독소를 발생하며, 얽힘 및 화재 등 사고를 유발함으로써 의류 제작자와 착용자의 건강에 심각한 물리적 손해를 끼친다는 게 데이비드의 설명이다.

▲(출처=탐나는책)
▲(출처=탐나는책)

특히, 셀룰로이드 빗과 인조 실크에 관한 설명이 흥미롭다. 셀룰로이드(celluloid)란 문방구, 장신구, 일용품 등을 만드는 데 쓰이는 화학 물질로 1869년에 미국의 하이엇 형제가 발명했다. ‘레이온’으로 불렸던 인조 실크는 공정이 까다롭고 값비쌌던 실크의 획기적인 대체재였다.

산업혁명 이후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소비자 기호에 맞춘 물건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 가운데 셀룰로이드 소재의 빗이나 인조 실크는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구했지만, 인간의 삶은 망쳐버렸다.

셀룰로이드 빗과 인조 실크에 사용된 화학 물질이 화재의 주요한 원인이 돼 자연환경을 훼손했기 때문이다. 또한, 독성이 강해 의류 업계에 종사하는 노동자와 소비자의 신체를 극심하게 손상시켰다.

데이비드는 비스코스 레이온(viscose rayon)을 예로 든다. 비스코스 레이온은 일명 인견으로 불리는데, 비스코스 섬유라고도 한다. 그는 “지금도 비스코스 레이온은 울창한 숲에서 채취하는 목재 펄프를 사용하여 제조하는데 다량의 화학 물질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비스코스 레이온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독성이 강한 이황화탄소가 발생한다. 이황화탄소는 중추 신경계를 손상해 노동자에게 어지러움, 도취, 망상 증세를 유발한다. 이황화탄소 중독은 우울증, 발기부전, 동맥경화 등 갖가지 병을 일으킨다.

이에 대해 데이비드는 “고가 제품의 민주화는 과학과 산업의 승리로 간주되지만, 그 승리는 인간, 동물, 환경의 건강에 대한 치명적 손실이라는 대가를 치르고 획득된 것이었다”고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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