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검수완박 중재안 숨은 그림 찾기

입력 2022-04-2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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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럴 줄 알았다. 일반국민 피해 어쩌고 핏대 세우다 공직자와 선거 범죄는 검찰 수사 대상에서 뺀다니 넙죽 찬성이란다. 아무리 정치의 근본은 협상과 타협이라지만, 대의를 내팽개치고 얄팍한 실리만 챙기는 이 합의 난 반댈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은 결국 기득권끼리의 야합으로 허무하게 마무리됐다. 여야 3당이 혜성같이 등장한 박병석 국회의장의 이른바 ‘중재안’을 받아 든지 두어시간만이다.

죽일 듯이 치고받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짝발 짚고 구경하던 정의당까지 뒤질세라 수용한다고 선언한 이유는 뻔히 보인다. 검찰이 수사개시권, 다시 말해 직접수사권을 갖고 있는 6대 중대범죄 중 2개만 남기고 나머지를 삭제하자는 제안이 너무나 달콤했기 때문일 것이다.

6대 중대범죄는 무엇이고, 빠진 것은 뭘까. 우선 중대범죄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이다. 박 의장의 중재안은 이 중에서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는 삭제하고 '부패'와 '경제'만 남겼다. 국회의원에게 선거는 곧 직업이며, 공직은 예비 일자리라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이 아니다. 선출되지 못하면 실업자 신세고, 언제든 장관이나 청와대 등 공직자로 변신할 수 있으니까.

결국 국회의원들은 부패를 저지르거나 경제사범이 되지 않는 이상 검찰 수사를 받을 일이 없다는 이야기다. 물론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검찰을 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최소한의 안전판은 챙기는 셈이다.

대통령은 또 어떤가.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이 모든 것에 다 해당되는 자리다. 그런데 이걸 화끈하게, 통째 삭제한다니 거부권은 개나 줘버리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만 하다.

익을 대로 익기를 기다렸다 결정적 순간에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던진 박 의장의 정치력에는 일단 기립박수를 보낸다. 어찌됐건 진흙탕 싸움을 한 방에 정리했으니 하는 말이다. 역시 6선 의원에 국회의장까지 오르는 내공은 가위바위보로 쌓은게 아닌 모양이다.

그렇다고 이걸 넙죽 받는 의원님들까지 곱게 봐 줄 수는 없다. 검찰개혁을 부르짖던 민주당도, 국민 피해를 울부짖던 국민의힘도 그저 말 뿐임을 또 한 번 몸으로 증명했다.

모두가 승자인 것 같은데 뭐가 불만이냐고? 문제의 핵심이 전혀 해결되지 않았는데 마치 뭔가 진전된 방안인 것 마냥 더럭 수용했다는 점이 어이가 없어서다. 중재안의 첫 번째 조항을 보자. “검찰의 직접 수사권과 기소권은 분리하는 방향으로 한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한시적이며 직접 수사의 경우에도 수사와 기소 검사는 분리한다”고 써놨다. 결국 검찰 수사권은 폐지되는 것이다. 검찰 수사권 폐지가 평범한 사람들에게 왜 불리한지는 이미 수많은 사람과 단체들이 귀에 피 나도록 설명했으니 생략하자.

정치인들끼리 맞아떨어진 이해득실이 뻔히 보인다는 점도 못마땅하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자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겠다는 계산을 마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 후 안전을 보장받을 확률이 커진다. 앞서 말했듯 문 대통령은 공직자이기 때문이다. 설령 퇴임 후 선거 관련 혐의가 드러나거나 방위사업에 개입했더라도 경찰이 수사를 맡게 된다. 대형참사는 남은 임기 동안 벌어지지 않는 이상 딱히 문 대통령과 연결 될 일이 없어 보인다.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 대신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대장동 의혹’은 경제사건이면서 부패 혐의가 짙은 만큼 검찰이 수사를 시작하면 이 지사의 발밑이 패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쯤에서 궁금증이 든다. 정의당은 왜 수용한다고 했을까. 그들 역시 권력자들이니 검찰 수사대상에서 빼주겠다는데 굳이 마다할 까닭이 있겠는가. 두어시간이나마 뜸을 들이다 수용한다고 선언한 것만도 많이 참은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정의당은 그냥 정의당했다고 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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