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산 원유 '암거래' 활개...'목적지 미상' 수출 급증

입력 2022-04-2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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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선지 불상 선박, 바다에서 다른 화물선으로 재선적
4월 들어 러시아산 석유 수송량 하루 평균 160만 배럴 늘어

▲러시아 거리의 푸틴 벽화와. 모스크바/EPA연합뉴스
▲러시아 거리의 푸틴 벽화와. 모스크바/EPA연합뉴스

러시아산 석유 암거래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국제사회는 러시아산 원유 불매에 나섰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산 석유 수송량이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4월 들어 유럽으로 향하는 러시아산 석유 수송량이 하루 평균 160만 배럴로 늘었다. 지난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러시아 석유 수출량이 일평균 130만 배럴로 떨어졌던 것에 비해 증가했다.

동시에 러시아 항구에는 목적지가 명시되지 않은 유조선이 증가했다. 석유 원산지를 감추는 암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에서 각 유럽항으로 수출된 석유량. 2022년 4월 행선지 불상 석유 수출량 일평균 65만5479배럴. 출처 WSJ
▲러시아에서 각 유럽항으로 수출된 석유량. 2022년 4월 행선지 불상 석유 수출량 일평균 65만5479배럴. 출처 WSJ

탱커트랙커스닷컴에 따르면 러시아 항구에 4월 초부터 지금까지 1110만 배럴 이상의 석유가 구체적인 항로를 밝히지 않은 채 선적된 것으로 집계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한 직후 행선지 불상 유조선이 급증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에는 행선지 불상 유조선이 거의 없었다.

석유 구매 국가에서는 연료 가격 급등을 막고 생산 활동을 유지하기 위해 러시아산 석유라도 구매해야 하지만 결과적으로 러시아 정부에 전쟁 자금을 댄다는 비판을 의식한 탓이다.

러시아의 석유 수출 수입은 러시아 국가 경제와 정부 지출의 핵심 자금이다.

WSJ는 행선지 불상 선박이 바다에서 더 큰 배로 옮겨져 하역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산 원유 선박을 다른 배에 있는 화물 사이에 섞어둠으로써 행선지를 추적할 수 없게 하는 식이다.

영국령 지브롤터 해안에서 한 화물선이 러시아 항구에서 출발한 석유 선박을 받았는데, 선박 기록을 보면 한국 인천항에서 출발해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으로 가는 항로로 표기돼 있었다.

선박 암거래의 고전적인 수법으로 이란이나 베네수엘라와 같은 제재 대상국에서도 썼던 방법이다.

다른 석유 제품에 섞여 거래되기도 한다. 석유 트레이더들은 라트비아산 혼합유, 투르크메니스탄 혼합유와 같은 새로운 정제유가 시장에서 거래되는데 이런 제품 가운데 러시아산 석유가 상당수 섞여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는 현재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했다. 석유 수입량의 약 27%를 러시아산에 의존하는 유럽연합(EU)도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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