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이창양 후보자께 드리는 워킹맘의 편지

입력 2022-04-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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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님. 저는 6살 아이와 돌쟁이를 키우는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입사한 지 16년 된 직장인이기도 하고요.

10년 전 쓴 ‘출산 기피금’ 칼럼에 대해 “저출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라고 해명하셨지요. 한국에서 ‘엄마’로 살아가는 게 어떤 의미인지 제 경험에 빗대어 한 말씀 드리고자 이렇게 펜을 들었습니다.

저는 30대 중반에 결혼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첫아이를 가졌죠. 행복했습니다. 입덧과 두통, 손 발 저림을 견딜 수 있을 정도로요. 핑크 배지를 달고도 지하철에 앉아 갈 수 없을 때는 눈물이 나기도 했지만, 그 또한 넘길 수 있었습니다. 쉬어가면 그만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낳고 보니 모든 게 일이더군요. 어르신들이 “차라리 배에 담고 있을 때가 편하다”란 말을 왜 하는지 절감했습니다. 2~3시간마다 분유를 먹는 아이 때문에 잠은 늘 부족했고, 몸 회복도 덜 된 상태에서 육아를 하다 보니 몸은 점점 망가져 갔습니다.

복직을 하면 육아에 숨통이 트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더 힘들더군요. 청소, 빨래 같은 간단한 집안일은 남편과 나눠 했지만, 어린이집을 고르고 예방접종을 챙기는 돌봄 문제는 제 몫이었습니다. 새벽녘 눈도 뜨지 못하는 아이를 시댁에 맡겨 놓고 나올 땐 “이렇게 사는 게 맞나”란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둘째를 가졌습니다. 솔직히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사내아이 둘을 맡길 데도 마땅치 않았고, 회사 동기들과 점점 벌어지는 경력도 걱정이 됐습니다.

여러 고비가 있었지만 다행히 전 일터로 돌아왔고 수년 전과 별반 다름없는 일상을 지내고 있습니다. ‘내’가 아닌 ‘엄마’로서의 삶 말입니다.

이 후보자님.

칼럼에 기술하신 것처럼 대(代)를 잇게 하고, 내 노후를 맡기기 위해 아이를 낳는 부모는 없습니다. 육아에 돈이 많이 들긴 하나 아이를 편익으로 따져 부등호를 그리진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아이는 수학공식이 아니니까요.

출산하지 않는 사람에게 징벌세를 물리는 게 ‘새로운 시각’인가요?

제도적 넛지만으로 인구 절벽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데 동의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왜 아이를 낳지 않는가에 대한 고민이 우선입니다.

우리와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비슷한 프랑스의 출산율은 1.9명에 달합니다. 아빠 출산휴가를 한 달(한국은 열흘)이나 준다고 하네요. 자연스레 육아휴직으로 연결된다고 합니다. 성 평등 문화 속에서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일방적인 엄마’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고 하네요.

10년 전 칼럼을 쓸 때보다 더 낮아진 출산율 속에서 인구 절벽 문제를 해결해야 할 내각 구성원(이 될 분)이라면 좀 더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합니다. 마땅한 해명을 찾지 못하시겠다면 ‘출산은 애국’이란 과거 발언에 대해 사과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조언을 구하는 건 어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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