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가능성이 커지면서 달러 강세가 이어지는 데 따른 영향이다.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인플레이션 강도를 높이는 만큼, 우리나라 경제에 큰 위협이다.
25일 원ㆍ달러 환율은 1250원에 턱걸이하며 마감됐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10.8원 오른 1249.9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장 마감 직전 1250.1원까지 오르며 지난 22일에 이어 2거래일 연속으로 연고점을 경신했다. 2020년 3월 24일(1265.0원)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고치다.
최근 원ㆍ달러 환율 급등은 미 연준의 고강도 긴축 가능성 때문이다. 이날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은 ‘미 연준의 QT(양적긴축) 관련 시장 전망 및 평가’ 보고서를 통해 “다음 달 FOMC에서 양적긴축 실시계획을 확정, 발표할 것이 확실시된다”고 밝혔다. 이는 금리인상 단행 후 과거보다 빠른 속도로 시행하는 것이다.
미 연준은 2015년 12월 이후 4차례 금리를 1%까지 올린 후 2017년 10월 이후 양적긴축을 단행한 바 있다. 특히 이번 양적긴축은 최대 75bp(1bp=0.01%포인트) 수준의 정책금리 인상과 유사한 효과가 예상된다.
앞서 21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국제통화기금(IMF) 총회에서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5%포인트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공식화한 것은 물론 물가 안정을 위해 이러한 ‘빅스텝’을 여러 번 밟을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또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연준이 0.7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통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미국의 긴축이 환율 상승에 부채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된 이후 대표적인 안전 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것도 환율 상승의 요인이다.
일종의 환율 상승 ‘안전판’ 역할을 했던 한미 통화스와프도 지난해 말 연장이 불발됐다. 통화스와프는 자국 통화를 상대방에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이다. 외환·금융시장이 출렁일 수 있는 상황에서 언제든 달러를 빌려올 수 있었다.
문제는 ‘환율상승’에 따른 실물경제 충격이다.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를 올리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소비재, 자본재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이다. 이는 생산자 물가를 거쳐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파급된다. 특히 원자재 수입 비중이 큰 기업은 환율 상승의 직격탄을 맞게 된다.
통상 환율이 오르면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진 국내 수출 기업으로서도 중국 경제의 둔화로 수출 기대감이 낮아진 데다, 비용 부담은 되레 높아진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인사청문회에서 “원화 약세가 물가 압력으로 올 가능성이 있다”며 “(금리 역전과 관련한) 격차를 너무 크지 않게 하면서도 전 세계 경제 상황을 보면서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미세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이 총재는 이날 한은 기자단 상견례에서 환율 상승 우려에 대한 질문에 “1월이나 2월, 원화 가치가 절하된 정도는 달러 인덱스가 상승한 수준과 비슷하다”라며 “원화의 절하 폭이 엔화 등 다른 국가 통화와 비교해 심한 편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환율 움직임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보겠지만, 환율을 타깃으로 삼아 금리를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