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환율 연고점 경신…물가 오르고 투자자는 떠난다

입력 2022-04-25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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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원·달러 환율이 무서운 기세로 상승하며 연고점을 새로 갈아치웠다. 25일 환율은 1243.5원에 출발해 오후 들어 1249.20원까지 치솟았다.

환율 고공행진…이유는?

환율 상승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정책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연준이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불안에도 금리 인상 속도를 올릴 것이라는 가능성이 커지며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5%포인트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공식화했으며 이후에도 ‘빅스텝’을 여러 번 밟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크게 위축시켰고, 지난주 말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모두 하락했다. 특히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000포인트 가까이 내리며 2020년 10월 말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글로벌 증시 불안이 커지는데다 유로화와 엔화, 위안화 등 주요 통화들까지 약세를 보이고 ㅇㅆ다. 달러 강세를 막을 재료를 찾기 어려운 모습이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며 시중에 풀린 자금을 회수할 경우, 아직 성장 시장으로 분류되는 우리나라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벌써 외국인 유입 자금이 빠져나가는 모습이다. 지난 달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4조7000억 원가량 팔아 치우는 등 2개월 연속 순매도였다. 채권 자금은 순유입세를 지속했지만, 유입 폭이 크게 줄어들면서 전체 증권 투자자금은 5개월 만에 순유출로 전환됐다.

외국인 주식 투자자금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3개월 간 순유입됐으나, 2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에 다른 투자심리 위축 등으로 순유출 전환된 후 2개월 연속 순유출을 지속하고 있다. 외국인 채권자금도 내외금리차 축소 등의 영향으로 순유입이 2월 34억9000만 달러에서 지난달 5억4000만 달러로 큰 폭 축소됐다.

우리나라 투자자도 떠난다

사실 외국인 투자자 이탈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예상 밖 변수가 존재했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자금의 해외 시장 투자 확대가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자본시장의 '큰 손' 국민연금은 해마다 해외투자를 늘리고 있다. 국민연금은 2019년 수익률 증대를 위해 해외 투자를 늘리기로 한 이후 해마다 200억~300억 달러 이상을 해외 주식·채권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한국의 지난해 무역수지 흑자 295억 달러와 맞먹는 수준이다.

국민연금의 전체 투자액 중 해외 주식·채권 비중은 2017년 말 21.2%에서 지난해 말 33.8%로 늘었다. 상당 부분이 해외 투자인 대체투자(주식·채권 외 투자)까지 감안하면 해외 투자 비중은 40%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은 2024년까지 해외 투자 비중을 50%로 확대할 방침이다.

여기에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선호 현상까지 나타면서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순매수 금액은 219억 달러에 달했다. 2년 전인 2019년(25억 달러)과 비교하면 9배 가까이 많다.

물가, 선진 8개국 중 2위

환율이 오르면 물가는 큰 폭으로 오른다. 원자재와 생필품, 식료품 등 대부분의 물가가 환율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급기야 올해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아시아지역 선진 8개국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을 것이란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까지 나왔다. 식용유 공급 중단 움직임 등 농산물 수급 악재까지 터지고 있어 서민 체감도가 높은 ‘밥상 물가’가 더 뛸 수도 있다.

IMF의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4.0%로 집계됐다. 이는 아시아 선진국으로 분류된 8개국 평균인 2.4%보다 1.6%포인트 높다. 뉴질랜드가 5.9%로 유일하게 한국보다 높았고, 일본(1.0%) 홍콩(1.9%) 대만(2.3%) 싱가포르(3.5%) 호주(3.9%) 등은 한국보다 낮았다.

IMF는 직전 전망인 지난해 10월 올해 한국 물가상승률을 1.6%로 예상했다. 이번 전망에서 전망치를 한 번에 2.4%포인트 올린 셈이다. 싱가포르(2.0%포인트) 호주(1.8%포인트) 일본(0.4%포인트) 등의 조정 폭과 비교해 큰 폭으로 올렸다.

정부, 달러 유출 막으려 안간힘

정부는 달러 유출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장기적으로 투자시장을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외국인의 자금이탈 배경엔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모험 시장으로 간주되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긴축으로 달러가 회수되면 선진국 시장에 비해 이머징마켓(신흥시장)의 자금 이탈이 더 크다고 알려져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해 외국인 투자자의 불편을 덜어줄 방안을 검토 중이다.

홍 부총리는 미국 뉴욕에서 MSCI 측과 면담을 갖고 “외국인 투자등록제도를 비롯한 쟁점에 대해서는 해외 투자자의 불편 해소를 위해 금융당국 및 관계기관과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등록은 국내 상장 증권에 투자하려는 외국인이 금융감독원에 인적사항 등을 사전 등록해야 하는 제도다. 외국인의 국내 투자환경을 개선시켜 투자금 이탈을 막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보다 직접적인 방법으로 미국과 일본 등과의 통화스와프를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이 5월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빅스텝을 언급하면서 새 정부도 한미간, 한일간 중단된 통화스와프 재개 등 본격적인 경제협력에 착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미 통화 스와프가 체결되면 미국발 금리 상승 충격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미국이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면 우리도 외국인 자금 유출 방지와 환율 방어를 위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데, 한미통화스와프는 국내 금리 상승 폭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2015년 중단된 한일 통화 스와프(당시 700억 달러 한도)도 재추진할 경우 환율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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