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 거래량 490건→72건
85% 감소…“정비사업 추진한다더니 거래 묶어”
“한숨만 나옵니다. 중개 수수료도 반절로 줄었는데 거래까지 끊겼어요. 지난 1년간 버틴 것도 기적이라고 생각하는데 1년 더 연장된다고 하니 여차하면 그만둘 생각입니다.”
서울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되자 지역 주민과 공인중개사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매수) 등 투기 수요를 막으려는 조치지만,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는 주장과 함께 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도 나온다.
서울시는 20일 열린 제4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강남구 압구정아파트지구(24개 단지), 영등포구 여의도 아파트지구 및 인근 단지(16개 단지), 양천구 목동 택지개발지구(14개 단지), 성동구 성수 전략정비구역 등 4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1년간 재지정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주거용 토지의 경우 매입 후 2년간 임대나 매매를 할 수 없고 실거주해야 한다. 또한, 해당 구역에서 기준 면적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는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 없이 계약을 체결한 경우 징역형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이러한 탓에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는 매물이 급감하고 거래가 위축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강남구 압구정동의 아파트 거래량은 490건이었지만, 토지거래허가제가 처음 발효된 2021년 4월부터 지난달까지는 72건에 그쳐 85.3% 줄었다. 영등포구 여의도동(-68.2%)과 양천구 목동(-65.9%), 성동구 성수동1가·2가(-50.9%)도 마찬가지다.
주민들은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고 반발하고 있다. 양천구 목동의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고 있는 박모 씨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완화 세제 혜택을 보기 위해 집을 내놨는데 매수 문의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는 개인의 재산권을 처분할 권리를 박탈한 재산권 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거래량이 대폭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신고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서울’ 전용면적 139㎡형은 지난달 21일 42억5000만 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40억5000만 원에 거래됐던 종전 최고가보다 2억 원 오른 금액이다.
양천구 신정동 ‘목동신시가지 9단지’ 전용 107㎡형은 지난달 29일 21억5000만 원에 팔렸다. 지난해 2월 20억 원에 거래된 이후 신고가로 나온 매물이 잇따라 체결되고 있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A공인 관계자는 “처음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을 때는 일대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크게 진척된 바가 없다”며 “‘집값 안정’이라는 취지와는 다르게 앞으로 호가는 더 오를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시장 안정효과가 제한적일지라도 실보다는 득이 크다며 현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새 정부 출범과 6·1 지방선거를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에서 시장의 기대심리를 부추길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며 “토지거래허가제 연장 기간을 무의미하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정비사업의 구체적인 추진 일정을 수립하는 데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