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일기가 사회적 얘기로”…28곡 담은 다큐 ‘아치의 노래, 정태춘’

입력 2022-04-2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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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살 드는 높은 창문 아래 앉아 / 방문은 밖으로 자물쇠 잠겨 있고 / 뒷목에는 싸늘한 밥상과 요강이 / 엄마, 아빠가 돌아올 밤까지 / 우린 심심해도 할 게 없었네

▲'아치의 노래, 정태춘' 포스터 (NEW)
▲'아치의 노래, 정태춘' 포스터 (NEW)

1990년 지하 셋방에서 질식한 어린 남매 사건이 뉴스에 보도된 이후 가수 정태춘이 부른 노래 ‘우리들의 죽음’의 가사다. 1978년 ‘시인의 마을’, ‘촛불’로 데뷔한 그는 싱어송라이터이자 민중가수로 수많은 사회적 사건을 노래했다.

그의 40여 년 음악 세계를 다룬 다큐멘터리 ‘아치의 노래, 정태춘’이 26일 언론시사회를 열고 작품을 공개했다. 정태춘 씨가 직접 부른 ‘건너간다’, ‘5.18’, ‘정동진3’ 등 28곡이 러닝타임 113분 곳곳에 공연 실황처럼 녹아들었다.

영화는 아내 박은옥과 함께한 80년대 소극장 공연 투어 ‘얘기노래마당’부터 데뷔 40주년을 맞은 2019년 공연까지의 시간을 글, 사진, 음성, 영상 자료를 망라해 정리한다.

상영 뒤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정태춘은 “세상과 부딪히며 살았고 그 관계가 그렇게 좋지 못했다. 그런 속에서 노래는 내 개인적인 일기였고, 중반 이후부터는 사회적 얘기가 됐다”면서 “영화에 담긴 노래의 메시지가 누군가에게 잘 전달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영화는 정태춘이 가요 사전심의 철폐 운동에 앞장서 유의미한 결과를 이끌어낸 일이나,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건설반대 운동에 나섰다가 수모를 겪었던 사건도 다룬다. 소위 ‘대추리 사건’ 이후 정태춘은 한동안 노래 만들기를 단념했다고 한다.

자리에 함께한 박은옥은 “내게는 두 가지 입장이 있다. 대추리에서 끌려가는 모습을 볼 때는 아내의 입장이었고, (다른 때에는) 45년을 함께한 동료 뮤지션의 입장이기도 하다. 영화에서는 그 두 가지가 모두 내게 투영된다”고 전했다.

▲'아치의 노래, 정태춘' 스틸컷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아치의 노래, 정태춘' 스틸컷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정태춘 씨, 노래 들으러 왔지 당신 이념을 들으러 온 게 아니에요!

2019년 광주의 한 무대 공연에서는 격렬하게 항의한 뒤 공연장을 나서는 관객의 모습도 등장해 눈길을 끄는데, 고 감독은 “수용자로서 창작자에 대한 바람이 있을 수 있고, 그 장면이 일정 정도 상징하는 바도 있을 수 있다고 봤기에 해당 장면을 삽입했다"고 전했다.

고 감독은 ‘우리 학교(2007)', ‘워낭소리(2009)' 프로듀서, ‘서산개척단(2018)',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2020)' 배급담당 등을 거친 국내 대표적 독립영화인이다. ‘아치의 노래, 정태춘’으로 지난해 열린 제13회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예술공헌상을 받았다.

그는 “젊었을 때 민중가요를 부르던 분들이 어느 순간 지나면 시대의 공기를 다루는 노래를 하지 않더라. 정태춘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거의 유일하고 독보적인 뮤지션”이라고 작품 연출 의미를 전했다.

‘아치의 노래, 정태춘’은 다음 달 1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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