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포켓몬빵 구했어요~ 갸루피스!”…‘노재팬’ 사라졌나

입력 2022-04-2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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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 앞에서 시민들이 포켓몬빵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있다. (연합뉴스)
▲8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 앞에서 시민들이 포켓몬빵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있다. (연합뉴스)
포켓몬빵 열풍이 식을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2월 24일 출시된 포켓몬빵은 출시 두 달 만에 판매량이 1500만 개를 돌파했습니다. 높은 인기에 품귀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는데요. 포켓몬빵이 이같이 인기를 얻자 국내 기업들은 앞다퉈 포켓몬 캐릭터를 활용한 제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25일 삼성전자는 ‘갤럭시 Z 플립3 포켓몬 에디션’을 선보였습니다. 단말기에 포켓몬 액세서리 등이 포함된 이 패키지는 판매를 시작한 지 5분 만에 매진되며 포켓몬의 인기를 다시 한번 증명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포켓몬 열풍에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고 하는데요. 어떤 이유 때문일까요?

포켓몬 제품 사면 일본에 ‘캐릭터 사용료’ 내야

▲출처=SPC삼립 제공
▲출처=SPC삼립 제공
포켓몬빵을 사 먹을 때 일본에 돈을 내고 있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포켓몬스터는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일본 기업 ‘더 포켓몬 컴퍼니’가 저작권을 갖고 있습니다. 포켓몬 캐릭터를 사용한 제품을 판매한다면 일본 기업에 저작권 사용료를 내야 하죠.

포켓몬빵을 판매하는 SPC삼립은 포켓몬빵 재출시를 위해 ‘포켓몬코리아’와 라이선스(사용권) 계약을 맺었는데요. 이 기업의 지분 100%를 일본 더 포켓몬 컴퍼니가 보유하고 있습니다. SPC삼립은 포켓몬빵 판매액의 일정 금액을 ‘로열티’로 내야 합니다. 정확한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통상 판매액의 10% 미만의 로열티가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노재팬’이 끝난 것이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노재팬은 2019년 한국 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에 대해 일본 정부가 실시한 수출 규제조치로 촉발된 일본 상품 불매운동을 말합니다.

당시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은 화장품, 식음료, 의류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확산했습니다. 편의점에서는 일본산 맥주가 사라졌고, 일본의 대표적인 일본 의류 브랜드인 유니클로도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판매량이 급격하게 감소한 자동차 브랜드 닛산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기도 했죠.

뒤집어진 브이(V), 일본에서 왔다고?

▲출처=태연 인스타그램 캡처
▲출처=태연 인스타그램 캡처
일본 제품은 아니지만 최근 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일본 문화가 있습니다. 바로 ‘브이(V)’를 뒤집은 포즈인 일명 ‘갸루피스’인데요, 이 동작이 유행하는 것을 두고도 불편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갸루피스는 ‘갸루(Girl의 일본식 발음)’와 브이 사인을 뜻하는 ‘피스’의 합성어입니다. 갸루는 1990년대 일본에서 유행했던 패션 문화를 일컫는 말로 태닝한 피부에 짙은 눈화장, 금발을 한 것이 특징입니다. 과거 갸루족들이 사진을 찍을 때 손바닥을 뒤집은 채 브이 동작을 취했다고 전해지며 ‘갸루피스’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한 걸그룹의 일본인 멤버가 해당 동작을 방송에서 소개한 이후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일본에서 유래한 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한국 정서상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반면 ‘포즈는 포즈일 뿐”이라며 문제 될 게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데요.

포켓몬빵 열풍에 갸루피스까지. 일본 관련 제품과 문화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노재팬’이 진짜 끝난 걸까요.

노재팬, 진짜 끝난 걸까?

▲2019년 9월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 걸린 ‘노 재팬(No Japan)’ 현수막. (뉴시스)
▲2019년 9월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 걸린 ‘노 재팬(No Japan)’ 현수막. (뉴시스)
일각에서는 노재팬 운동이 사실상 끝났다고 평가합니다. 지난해 일본 수입액이 546억 달러로 불매운동이 시작되기 전인 2018년(546억) 수준으로 회복됐다는 것이 그 근거입니다.

일본 맥주도 부활하고 있습니다. 19일 관세청에 따르면 일본 맥주 수입액은 올해 1분기 266만6000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55% 상승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일본 맥주 수입액은 전년 대비 21% 증가했는데, 올해 들어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진 것입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등으로 주류 소비가 크게 늘면서 지난달 일본 맥주 수입액은 150만3000달러로 노재팬 운동이 시작된 2019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의류 브랜드의 실적도 개선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지난해(2020년 9월~2021년 8월) 영업이익이 529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883억 원에서 크게 개선됐습니다. 데상트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9.0% 늘어난 5437억 원, 일본 생활용품 브랜드 무인양품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82.9% 급증한 1147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일본 언론도 한국의 포켓몬빵 인기에 대해 조명하며 ‘노재팬이 끝났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경제 매체 ‘겐다이비즈니스’는 최근 “한국에서 포켓몬빵 현상을 보면 노재팬은 이미 과거의 일임을 알 수 있다”며 “유니클로 매장에도 사람이 북적이고, 일본제 맥주도 매장 앞에 진열됐다”고 전했습니다.

물론 반대 목소리도 있습니다. 일본 맥주나 의류 브랜드의 실적 개선은 기저효과에 불과하며, 포켓몬 열풍이나 갸루피스 인기를 불편하게 여기는 것 역시 노재팬 영향력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란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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