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60년ㆍKT&G 인수 20년' 영진약품, 성장 정체 속 재도약 나섰다

입력 2022-04-28 16:15 수정 2022-04-29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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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취임 이기수 대표이사 “영진약품 영광 재현” 선언하며 분위기 쇄신

▲영진약품 60년사 (제공=영진약품)
▲영진약품 60년사 (제공=영진약품)

‘施藥濟衆(시약제중)’. 올해 창립 60주년이 되는 영진약품의 정신이다. 질병으로부터 인류를 구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뜻한다. 영진약품공업은 1962년 10월 설립돼 1973년 한국거래소에 상장됐다. 창업주 故(고) 김생기 전 회장이 1952년 영진약품의 모태 영진물산을 설립한 10년을 더하면 창업 70년의 중견 제약기업이다. 피로회복 자양강장 드링크 ‘영진구론산바몬드’로 친숙하다. 반세기 넘는 역사의 영진약품은 1996년 기준 국내 제약사 생산실적 8위였지만, 1997년 12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여파로 부도 후 법원에 화의 신청을 했다.

힘든 시기를 보내던 영진약품은 2003년 KT&G에 인수돼 변화 속에 재기의 발걸음을 시작했다. 하지만 KT&G 자회사로 지낸 20여년도 녹록치 않았다. 2013년에는 대표 제품이자 1963년 출시돼 50년간 판매했던 영진구론산바몬드 등 드링크사업이 LG생활건강 자회사인 해태음료(현 해태에이치티비)에 매각됐다. 생산중단 사유는 수익성 개선이었다. 당시 공시를 보면 영진약품의 드링크사업 매출은 102억5000만 원으로 매출액의 7.45%였다. 매각금액은 익산공장 등 유무형 자산과 지적재산권을 더해 141억 원이다. 이어 2017년 KT&G생명과학과 합병이 이뤄졌고, 그해 6월 사명이 ‘공업’을 뺀 영진약품으로 변경됐다.

창립 60년이지만 영진약품의 성장은 더디다. 부도 이전 1996년 1285억 원(계열사 포함)의 연 매출은 2002년 830억 원으로, KT&G 인수 첫해인 2003년 807억 원으로 줄었다. 그럼에도 항생제와 원료의약품 수출, 꾸준한 제품 출시와 신약 후보물질 기술이전 등의 성과를 냈고, 자회사 편입 10년차인 2013년 매출 1566억 원으로 외형 성장을 달성했다.

하지만 최근 3년 매출이 2000억 원 내외에서 정체됐고, 이익도 적자와 흑자를 오갔다. 2018년 영업이익 22억 원 적자였다가 2019년 100억 원 흑자로 돌아섰고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에는 영업이익이 4억 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매출은 1961억 원이었지만 영업적자는 138억 원에 달했다.

영진약품은 올해 3월 제출한 사업보고서를 통해 “국내영업의 꾸준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사업 주요 품목인 세파항생제와 완제·원료 수출물량이 코로나19 영향으로 회복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영진약품의 2020년 매출 비중은 국내 70.11%, 해외 29.89%였다. 이어 지난해에는 국내 84.07%, 해외 15.93%로 해외비중이 낮아졌다. 해외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일본의 경우 2020년 569억 원에서 2021년 265억원으로 50% 이상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영진약품은 신약개발과 해외시장점유율 확대라는 성장 전략으로 재도약에 나선다. 일본·중국 등 기존 시장의 시장점유율을 더욱 확대하고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 확대로 신규 시장 진출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최근 성과를 보인 기술이전과 신약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기준 영진약품 연구개발비는 146억 원으로 매출 대비 7.45%다.

연구성과와 관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스웨덴 앱리바와 627억 원(로열티 별도)에 기술수출(라이센스아웃) 계약한 유전적 미토콘드리아 질환 치료제 ‘KL1333’에 대한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KL1333’은 현재 국내 임상1상과 유럽 임상1상이 완료됐으며, 201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후 지난해 FDA에서 2/3상 임상시험계획(IND)이 승인됐다.

CDK7 저해제를 이용한 Myc과발현 암세포 표적항암제로 개발하는 YPN-005의 경우 현재 비임상독성실험(GLP-TOX)이 진행 중이다. 전남생물산업진흥재단에서 기술이전된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YRA-1090은 국내 임상2상이 종료됐고, 한국생명공학연구원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아 COPD(만성폐쇄성폐질환) 치료제로 개발하는 YPL-001의 경우 FDA 임상2a 완료와 임상 2b프로토콜 개발을 마친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표적항암제를 포함한 사업보고서상 신약개발 진행 상황은 변동없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기수 영진약품 대표이사
▲이기수 영진약품 대표이사

영진약품은 재도약을 이끌 적임자로 지난달 이기수 대표이사를 선임하고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이 대표는 영진약품 국제사업부장과 종근당 글로벌사업본부장을 역임했다. 이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영진약품의 영광 재현”을 선언했다. 지난달 25일 열린 취임식에서 그는 “세상은 아주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영진약품은 그 흐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면서 “영진약품과 임직원들의 동반성장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면서 회사가 지향하는 목표 달성 방안으로 △성과주의 △유연한 조직문화 △오픈이노베이션 주력 등을 제시했다.

영진약품 측은 “올해 창업 70년, 창립 60년의 해로 굴곡의 세월을 겪으며 변화와 도전의 시기를 맞닥뜨린 현재 새로운 대표이사와 함께 제약업계를 선도하고 대한민국 대표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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