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로] 부패가 효율적이지 않은 사회 만들기

입력 2022-04-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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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택 경제칼럼니스트

한국은 지구상에서 경제 수준에 비해 부패가 심한 국가이다.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CPI)에 따르면, 한국은 2021년 180개국 중 32위로 부탄, 대만, 칠레 등에 비해서도 순위가 낮다. 최근 일부 국무위원 후보자들이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 즉 오이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않으며 오얏나무 아래서는 관을 고쳐 쓰지 않는다는 평범한 상식을 실천하지 않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런저런 소문들이 사실이라면 불공정과 부정부패의 결과에 누군가는 대가를 치러야 하고, 궁극적으로 그 피해는 선의의 경쟁자나 납세자에게 돌아갈 것이다. 선출직 공무원이나 국무위원 후보자의 검증 과정에서 나타나는 공정하지 않거나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은 부정부패의 문제를 경제학에서 어떻게 다루는지 살펴봐야 하는 이유이다.

일찍이 1967년에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부패란 선출직이나 임명직 공직자가 사적인 이익을 위하여 공식적인 의무에서 벗어난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러한 정의 위에서 발전한 ‘부패에 대한 경제이론’은 사람들의 탐욕이나 지위 남용에 대한 비난에서 벗어나 냉정하고 실증적으로 검증한다. 부정부패는 어떻게 발생하는가? 그 비용은 얼마나 소요되나? 부정부패를 퇴치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이러한 주제에 대해 수잔 로즈 액커먼 예일대 교수는 1999년에 ‘부패와 정부’라는 획기적인 책을 저술했다. 사실 이때부터 부패에 대한 연구는 부패와의 전쟁과 함께 크게 발전하였다. 또한 행동경제학과 제도경제학은 무엇보다도 제3세계 국가와 구소련 연방국가에서 부패가 경제적 잠재력을 얼마나 많이 잠식했는지를 밝혀내었다.

부패와의 전쟁에서 사건의 전모를 밝히고 공개하는 투명성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 사회가 일체의 부정부패에 대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보도하는 자유가 온전히 보장된다면 부패는 점차 감소할 것이다. 실제로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확대되면서 고위관료의 인사청문회나 대선 후보의 검정 과정에서 부정부패 사건에 대해 많이 보도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정부는 민간과 공공기관, 민간과 지자체 간 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을 보다 명확하게 규정하여 뇌물과 사익편취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 부패와의 전쟁에서 정부, 지자체나 공공기관만 자기 역할을 다한다고 승리할 수는 없는 일이다. 민간기업 특히, 대기업은 기업의 재무적 준칙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트렌드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즉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ment)를 위한 업무수행준칙(Code of Conduct)도 준수해야 할 것이다.

부패의 방지와 예방을 위해 내부 고발자는 보호되고 충분한 보상을 통해 격려되어야 한다. 국회, 사법 및 정부 기관에 접근하려는 이해 관계자는 모두 등록하도록 해야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공무원과 이해 관계자 간 회의 개요를 기록하도록 해야 한다. 독일인 페터 아이겐은 세계은행의 이사로 일하면서 개발도상국에서 부패가 얼마나 사회와 경제에 파괴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1993년에 지구촌에서 부패를 방지하고 투명성을 향상하고자 국제투명성기구를 설립하였다. 무엇보다도 부패의 예방과 방지를 위한 초석으로 부패사건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투명성 문제도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독일 파사우대학의 요한 람스도로프 교수는 부패의 경제학을 연구하는 대표적인 학자이다. 그는 제도상 민간과 공공기관 간 계약에 대한 정교한 규정이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중립성을 이유로 입찰 자체를 지나치게 정교하게 설계하거나 업무 처리에 대한 규정을 준수하는 시스템이 지나치게 엄격하면 부패와의 일상적 싸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정교한 심사로 때늦은 입찰이나 관련 업무 규정을 엄격하게 지키다 보면 정작 필요한 서비스가 늦게 제공되거나 공급된 제품의 가격이 지나치게 상승할 수 있다. 결국 일반적 규정이 너무 세부적인 것까지 정하고 있는 경우 뇌물을 주는 사람과 뇌물을 받는 사람의 상호관계를 강화하고 ‘침묵의 카르텔’을 조장할 수 있다.

하지만 부패에도 경제학의 법칙은 통한다. 부패를 통한 이익이 부패의 총비용보다 적다면 아무도 부패게임에 동참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부패의 한계효용이 감소하는 것이다. 개인의 도덕적, 윤리적 책임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이익과 비용의 관점에서 부패가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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