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의 경제 이야기-약팽소선(若烹小鮮)] 부동산 정책에 대한 몇가지 생각

입력 2022-05-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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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석좌교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약 1주일 후면 새 정부가 들어선다.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그야말로 차고 넘치지만 경제 분야에서는 부동산 정책이 그 1순위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물러가는 현 정부에서도 부동산 정책만큼은 실패했음을 자인한 바 있다(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마지막 인터뷰에서 다른 의견을 피력하긴 했지만). 이에 따라 여야를 막론하고 부동산 정책의 변화를 선거공약으로 내놓았고 인수위원회에서 곧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을 발표할 것이다. 사실 변화의 기본방향은 이미 잘 제시되어 있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혼란 없이 변화된 정책이 정착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의 세부사항을 다듬는 일이 될 것이라고 본다.

우선 큰 방향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남발된 수요억제 위주의 정책을 정비하고 그동안 중단되다시피 했던 공급의 확대에 주력하는 것이 될 것이다. 혹자는 작년 하반기를 중심으로 신도시를 많이 세우는 계획을 발표한 것으로 공급정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필자의 견해는 다른데, 가장 효과적인 공급정책은 서울 등 대도시에서 재건축(재개발도 포함)을 활성화하는 것이라고 본다. 물론 신도시 건설이 공급대책이 아니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신도시 건설은 소비자가 원하는 곳에 공급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수요억제 대책으로는 조세의 강화를 포함해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등 아마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이 망라되어 사용되었는데, 그 결과는 오히려 집값 상승으로 귀결되었기 때문에 대폭 정비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서 그 구체적인 실행안을 잘 만들어야 한다.

어려운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새 정부가 맞게 될 여소야대 상황이다. 새로운 대책은 많은 경우 입법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이제 야당이 될 쪽에서 반대할 가능성들이 많은 법안이 대부분이다. 다음으로는 새로운 대책들이 시장에 줄 수 있는 잘못된 시그널이다. 예를 들어 양도소득세를 완화한다면 향후 추가적인 완화를 기대하고 오히려 매물을 거둬들이는 것 같은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이와 같이 의도와는 다른 현상이 적어도 단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감안하고 세부 정책을 펴야 한다.

필자가 보기에 당장 개선할 수 있는 수요억제책은 공시지가 상승 속도를 조금 늦추는 것이다. 그 방향으로의 개편은 이미 인수위원회 안으로도 알려진 바 있다(구체적인 폭 등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사실 보유과세의 과표가 되는 공시지가 상승은 이르바 ‘제2의 세율’이라 하여 보유세율의 상승과 같은 효과를 가진다. 거래에 의해 자동으로 과표가 파악되는 양도소득세와 달리 추정에 의해 과표를 계산할 수밖에 없는 보유과세의 경우 100% 과표 현실화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현실화율을 무리하게 높이겠다는 것은 좋은 정책이 아니다.

크게 볼 때 보유과세의 강화는 세부담 증가, 즉 세후수익률 저하를 통해 주택에 대한 수요를 줄여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목표에 의한 것이다. 과연 그 정도로 효과적일까? 주택의 공급탄력성이 0이 아닌 이상 세부담 전가에 의한 가격상승 효과도 있고, 자산 선택의 측면에서 그러한 세부담에도 불구하고 주택이 매력적인 경우 수요가 줄지 않을 수도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보유과세의 가격안정 효과가 불확실하다고 하는 것은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임대차 3법은 손을 봐야 할 것이다. 이 법의 도입이 어떤 부작용을 가져올지에 대해 수많은 지적이 있었고 그대로 되었다는 것은 우리가 이미 보고 있는 바와 같다. 더구나 이 법이 도입될 때 임대차시장이 불안정하지도 않았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다만 이 법을 개정하는 것이 여소야대의 상황상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서두에 지적한 대로 손을 보아야 할 것이 많고, 큰 방향은 제시되었지만 세부사항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쉽지 않다. 그와 같은 것에 유념하여 실효성 있고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주기 바란다. 특히 마지막으로 첨언하고 싶은 것은 주택가격 안정이 목표라면 실효성이 의심되는 정책을 한 번에 쏟아놓는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가격통제 정책은 시장에 혼란만 주고 가격안정에는 효과적이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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