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조직과 장(長)

입력 2022-05-02 14:53 수정 2022-05-04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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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16일 문승욱 국무조정실 국무 2차장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내정됐다. 당시 ‘아 문승욱 차장이 있었지’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었다. 산업부 장관 후보로 거론됐던 쟁쟁한 인사들을 제치고 장관에 낙점된 순간이었다.

산업부를 떠난 지 시간이 꽤 흘렀기 때문에 당시 문 후보자를 모르는 기자들이 있었고 그런 기자들이 ‘문 후보자는 어떤 사람이에요?’라고 물어 오곤 했다. 그런 기자들에게 해준 답변은 ‘선한 선비 같은 분’이었다. 주변 사람을 아끼는 마음을 지녔고, 지식이 풍부하며 그 지식을 바탕으로 지혜롭고, 그런 중에도 본인을 내세우지 않고 겸손한, 그런 인사로 알고 있다.

문 후보자 소식에 산업통상자원부 내부엔 화색이 돌았다. 성윤모 전 장관에 이어 산업부를 잘 이끌어 갈 수 있다는 직원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문 후보자는 온화하고 합리적인 성품으로 대인관계가 원만하며, 업무를 꼼꼼하게 챙긴다는 평가다. 산업부 내부에서도 이런 문 내정자의 후보 지명을 반기는 분위기다’ 내정 당시 직접 쓴 기사 내용이다.

사실 산업통상자원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이전 일부 장관의 불통 리더십으로 직원들은 고난의 시절이 있었고 일부 직원은 상처를 입기도 했다. 이런 산업통상자원부를 성 전 장관이 개간했다. 성 전 장관이 밭을 갈고 돌을 골라냈고 그 위에 문 장관이 씨를 뿌리고 물을 주며 산업통상자원부 분위기를 쇄신했다.

당시 문 후보자는 취임사에서도 직원들을 생각하는 마음과 의지를 담았다. 그는 원팀과 소통을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우리가 일할 때 동료 간에 열린 토론으로 창의적 아이디어를 모으고 간부들은 정책으로 승화시켜 대외적으로 설득해내는 원팀으로서의 산업부를 풀가동 해 나갑시다. 과거에는 밤새우고 휴일도 없이 일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열정과 자부심만 남기고 불필요한 과정을 과감히 생략해 스마트한 일터문화를 만들어봅시다. 장관실은 언제나 여러분을 향해 열려있습니다. 산업부에서는 장관실이 소통의 중심이 되고, 저는 늘 경청하는 자세로 여러분께 다가가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예전에도 산업부를 풀가동했던 장관들이 있었다. 다만 본인을 위한 풀가동이었다. 소통도 있었다, 양방향이 아닌 한방향의. 그 시절 불필요한 업무와 불통은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을 지치게 했고 능률을 떨어트리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일예로 한 장짜리 보고서를 만드는데 백데이터 자료를 수십 페이지 분량으로 만들었던 적도 있다고 한다.

이런 산업통상자원부의 모습을 보면 장(長)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 정부 부처의 팀장, 과장, 국장, 실장, 비록 장자가 안 붙지만 차관, 장관 등 장들은 조직원을 제대로 이끌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는 민간 영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있다. 선장을 잘 못 만나면 배는 난파할 수 있다. 많은 직장인은 이를 경험했을 것이고 누군가에겐 현재 진행형일 것이다.

문 장관은 K-배터리, K조선 재도약 전략 등 우리 미래 산업의 전략을 마련했고 공급망과 에너지, 통상도 진두지휘하며 성과를 냈다. 지난해 코로나의 상황에서 수출 역대 최대 기록도 세웠다. 애정을 가지고, 내가 아닌 조직과 국가를 위해 쇄신에 애쓴, 아름다운 퇴임을 앞둔 문 장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산업부를 돌아보면, 아니 모든 곳이 인사만사(人事萬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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