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인턴사원과 신입직원을 채용을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오히려 늘려잡고 있지만 인사 담당자들은 신입 사원들에게 어떤 업무를 맡겨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직원 채용을 늘려잡았지만 업무가 한정된 상황에서 무작정 인력을 추가로 투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드러내 놓고 어려움을 호소하자니 이미 결정된 일을 뒤집을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자칫 기업의 이미지가 나빠질까봐 인사담당 임원들은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속으로만 앓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들이 청년 실업문제 해소를 위해 일자리 나누기에 동참하면서 신규직원 채용규모를 늘리고 채용시기를 앞당겨 진행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올해 대졸공채 1500명을 포함, 영업직과 기능직 등 정규직 6600명을 뽑을 계획이다. 인턴사원도 700명을 채용키로 했다. 이는 인턴사원의 경우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늘렸고, 대졸 공채 인원도 100명 가량 증원한 것이다.
이에 앞서 STX그룹도 올해 신입사원을 예정보다 2배 가까이로 늘려 1500명을 뽑기로 했다.
포스코는 관계사와 함께 총 1600명의 인턴사원을 채용키로 하고 포스코 홈페이지와 채용정보사이트를 통해 채용 공고를 냈다. SK그룹도 임원들의 성과급 반납으로 조성된 재원으로 1800여명의 인턴을 채용할 예정이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그룹은 이번 달부터 신규 직원 채용에 나선다. '알자리 나누기' 차원에서 애초 계획보다 확대할 방침이며 전체적으로 5000여명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G그룹 역시 늦어도 이달 중반까지는 인력 채용 방침을 확정해 계열사별로 이달 후반부터 정기 채용 공고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신입직원 채용을 늘리고 있지만 현업부서에서는 추가된 채용인원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실정이다. 막상 뽑고 난 이후에 어떤 업무를 맡겨야할지 모호하기 때문이다.
A기업 홍보담당 임원은 "지난해 이미 대규모 채용을 진행했기 때문에 올해 사실상 채용규모를 늘릴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고통분담 차원에서 신규채용 인력을 늘리고 있지만 예상치 못한 잉여인력에 대한 활용대책이 없다"고 토로했다.
B기업의 한 인사담당자는 "이미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인력구조적으로 콤팩트한 상황에서 신규채용을 늘리는 것은 '폭탄 돌리기'나 마찬가지'라며 "당장 임금을 줄인다고 하지만 이들이 명예퇴직할 때까지 고정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경비는 고스란히 향후 경영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회사 운영에도 막대한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실무부서에서는 당장 인력이 늘어나는 것은 좋지만 마땅한 업무가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C기업의 한 실무부서 책임자는 "신규채용 증가로 부서당 인력풀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업무가 경감되겠지만 실무부서에서는 (이들에게 줄) 마땅한 업무를 찾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로썬 뽑아놓고 나서 어떤 업무를 줘야할지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