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못난이 식품도 버릴 순 없다…'리퍼브매장'·'소비기한 표시제'가 뜬다

입력 2022-05-09 05:00 수정 2022-05-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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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글리박스 홈페이지)
(어글리박스 홈페이지)

생산, 가공, 유통 등의 과정에서 버려지지만 섭취가 가능한 식품, 이른바 '식품 손실(Food loss)'을 막기 위한 시도가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식품을 기부 받아 소외계층과 복지시설에 나눠주는 '푸드뱅크'의 활용으로, 주로 정부나 지자체 등이 운영한다.

최근에는 외관상 문제가 있더라도 맛과 품질에는 차이가 없는 이른바 ‘못난이 농산물’을 판매를 비롯해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들을 판매하는 리퍼브(Refurb) 업체들이 등장해 식품 폐기를 줄이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내년 1월부터는 현행 유통기한 대신 실제 섭취가능한 기간을 표시하는 ‘소비기한 표시제’가 시행되면서 식품 리퍼브 시장은 더욱 덩치를 불릴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은 '음식물 쓰레기 제로' 도전…내년부터는 '소비기한' 도입

음식물 쓰레기는 전 세계적으로 골칫거리다. 미국환경보호국에 따르면 매년 미국에서 7300만~1억 5200만 톤의 식품이 버려지고 있다. 이에 미국 환경보호국은 2015년부터 2030년까지 식품 손실 및 식품 폐기물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뉴욕시는 음식물쓰레기 낭비를 방지하는 문구를 쓰레기통에 써붙인 소비자 캠페인을 진행하고, 육류업계는 지능형 포장을 통해 유통기한을 연장하는가 하면, 캘리포니아 의회는 쓰레기 감소 기업에 보조금 혜택을 주기로 했다.

프랑스는 팔다 남은 식품을 자선 단체에 기부해야 하는 식품 폐기 금지법을 2016년에 제정하면서 매년 4만6000톤 가량의 음식 쓰레기를 줄일 수 있게 됐다. 일본은 2019년 ‘식품손실 감소법’을 제정해 지자체별로 맞춤형 정책과 식품표시방법 간소화를 시행하고, 10월을 식품 손실 감소의 달로 지정해 소비자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은 ‘먹방’ 금지법을 만들어 음식 낭비를 부추기는 행위를 막고 있다. 법 위반 시 최대 10만 위안(약 1900만 원) 벌금형을 처분한다.

우리나라 역시 식품 폐기물 발생부터 사후 처리까지 전 단계에서 식품 손실을 예방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2010년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종합 대책을 통해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를 전면 도입했고, 2015년부터는 환경부가 지자체를 대상으로 음식물류 폐기물 발생 억제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기부 받은 식품 등을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해 주는 푸드뱅크도 활성화해 2020년 기준 전국 453개소가 운영 중이다.

식품·외식 기업들은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도 음식물 쓰레기나 폐기물 발생을 줄이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CJ푸드빌은 최근 ‘ESG 경영 선포식’을 열고 음식물 쓰레기를 자체적으로 비료로 만드는 기술을 적용해 외식 매장의 쓰레기 발생량을 90%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GS25는 친환경 녹색 음식물처리기 전문기업 ‘MUMS(멈스)’와 함께 전국 1만6000여 편의점 점포에 향후 5년 간 친환경 미생물 액상 발효 방식의 음식물처리기를 도입해 음식물쓰레기 ‘제로’에 도전한다.

CJ제일제당의 충북 진천공장은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글로벌 환경·안전 인증인 ‘폐기물 매립 제로(ZWTL:Zero Waste To Landfill)’ 인증을 받았다. 스팸, 햄·소시지 등을 생산하는 진천공장은 식품 기부 및 재활용을 확대해 식품 손실·폐기량도 50% 감축할 예정이다.

내년 1월에는 ‘소비기한 표시제도’를 도입한다. 현재 식품 겉면에는 제품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을 의미하는 ‘유통기한’이 표시되는데, ‘소비기한’은 식품 등에 표시된 보관방법을 준수할 경우 섭취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한이다. 식품을 적절하게 보관하면 유통기한보다 소비기한이 길게 돼 음식물 폐기물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식품안전정보원은 ‘소비기한 표시제’로 소비자와 산업체에 각각 연간 8860억 원과 260억 원의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까지 고려하면 편익은 약 1조 원으로 불어난다. 주문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로컬푸드 활성화를 통해 유통단계를 단축하는 한편, 푸드뱅크와 같은 식품기부네트워크를 활용해야 한다”면서 “소비자에 대해 식품과 유통기한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높이기 위해 관련 정보나 교육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B급 상품, 반값에 팝니다” 식품 리퍼브 기업 우후죽순 생겨나

식품 손실에 대한 고민은 식품 리퍼브 업체의 탄생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전 제품과 가구에 한정됐던 리퍼브 시장이 식품으로까지 범위를 넓힌 것이다. 특히 최근 유통업계의 빠른 배송 경쟁은 식품 리퍼브 시장을 더욱 키우고 있다. 유통업체들이 빠른 배송을 위해 직매입 방식으로 미리 상품을 자체 물류센터에 보관해 놓는데, 제때 팔지 못하면 상품성이 떨어지게 되고 이 재고 상품을 리퍼브 업체들로 넘겨 보관 및 폐기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외관 수준이 떨어지지만 맛이나 품질에 문제가 없는 못난이 농산물도 리퍼브 매장에서 판매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상가의 40~50% 수준으로 저렴하게 상품을 구입할 수 있어 이득이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못난이 농산물 구매 실태 및 인식 조사‘ 설문에 따르면 못난이 농산물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의 95.5%는 재구매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못난이 농산물을 모르고 있던 집단에 정보를 제공한 결과에서도 65.3%가 못난이 농산물 구매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틈새 시장이 열리면서 채소나 과일 등의 식품을 리퍼브하는 스타트업도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세상에 버려져야 하는 것은 없다”는 모토로 창업된 ‘파머스페이스’는 못난이 농산물을 재배한 농가와 식품 가공업체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9년 사업에 나선 이 업체는 현재 농가 823곳과 식품업체 902곳에 서비스하고 있고, 누적 거래량은 275만㎏에 달한다.

페어테이블이 운영하는 ‘프레시 어글리’는 농산물의 모양을 기준으로 등급을 매기고 폐기되는 납품 형식을 거부하는 대신, 신선도와 영양가를 위주로 상품을 선별해 소비자에게 온라인으로 직접 판다. ‘어글리어스’는 아예 못생긴 채소의 정기 구독 배송 서비스를 내놨다. 못난이 채소와 과일을 시중 가격보다 30% 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2주에 한번 6~8가지씩 발송한다. 2013년 설립된 식자재 리퍼브 전문 ‘떠리몰’은 창업 8년만에 400억 원 대 매출을 올리며 급성장했다.

식품 제조사들도 못난이 농산물 활용법도 고심하고 있다. 샘표는 친환경 못난이 농산물 구독 플랫폼 ‘예스어스(YESUS)’와 제휴해 버려지는 농산물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캠페인을 진행 중이며,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는 최근 농협중앙회와 함께 소비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무안 양파 농가를 돕기 위해 ‘무안양파빵’ 6종을 출시해 양파 소비 활성화에 팔을 걷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인터넷 쇼핑 시장이 커지면서 유통기한이 임박하거나, 반품받은 상품을 소진해야 하는 상황이 잦아지면서 리퍼브라는 틈새 시장이 생겼다”면서 “앞으로도 관련 시장이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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