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에게 결코 윽박지르지 말고, 항상 칭찬하며 어린이를 어른보다 더 높게 대접하라."
100년 전 소파 방정환 선생이 발표한 세계 최초의 어린이 인권선언 내용 중 일부다. 올해는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을 맞는 해다. 어린이를 독립된 인격체로 대하라는 100년 전 방정환 선생의 메시지는 과연 얼마나 우리 사회에 뿌리내렸을까. 3일 배금주 보건복지부 인구아동정책국장을 만나 현재 우리나라 아동인권 수준에 대해 진단해 봤다.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정서적으로 빈곤한 상태입니다.” 우리나라 아동 행복도가 세계 아동보다 매우 낮은 수준을 놓고 배 국장은 이같이 말했다. 실제 복지부가 시행한 '아동종합실태조사(2018년)'에서 한국의 9~17세 아동·청소년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57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중 최하위였다.
배 국장은 "아이들은 가정의 구조물이나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라며 ”(아이들은) 더는 보호의 대상도 아니다. 한명 한명이 권리의 주체고 미래의 주역“이라고 강조했다.
배 국장은 한국의 높은 교육열이 낮은 만족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꼽았다. 배 국장은 "아동기로부터 학업 경쟁이 심화하면 수면뿐만 아니라 운동·여가·활동 시간이 부족해져 또래 관계 결핍 등을 유발할 수가 있다"며 "이 같은 요인이 우리나라 아동들의 행복감 저하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고 분석했다.
학대받는 아동에 대한 보호가 여전히 부족한 점도 꼬집었다. 배 국장은 "지난해 1월 민법에서 '친권자는 그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는 데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의 '징계권' 조항이 삭제됐지만, 이는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복지부의 '2020년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사례는 3만905건이다. 같은 해 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43명. 2018년 28명, 2019년 42명에서 계속 증가했다.
반면, 아동의 물질적 환경은 긍정적이다. 우리나라 아동의 2018년 아동빈곤율(상대적빈곤율)은 12.3%로 OECD 평균(12.7%)보다 낮게 집계됐다. 배 국장은 "아동의 전반적 발육 상태나 신체건강도 양호한 편이라 아동을 둘러싼 물질적 생존권 등은 양호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우리나라 아동들이 정서적, 물질적 환경 등 만족감이 상충되는 것과 관련해 계속해서 대책을 내놓고 있다. 배 국장은 "아동을 미성숙한 대상 등 권리의 주체로 보지 않는 시각을 주의해야 한다"며 "이러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아동 인권 수준을 키우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복지부에서는 '아동기본법(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배 국장은 “1961년 제정된 아동복지법이 있지만 보호대상 아동 등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이제는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시설이나 복지 수혜 아동뿐만 아니라 보편적인 아동의 행복·만족권 등을 포괄할 수 있는 기본법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배 국장은 “올해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이해 아동 학대예방 및 보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모든 아동이 권리의 주체가 되고 행복해지는 국가정책을 수립해 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