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공수처, ‘고발장 작성자’ 찾지 못한 채…선거법위반 수준 마무리

입력 2022-05-0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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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사주 의혹 사건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돼 공수처에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손준성 검사(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 (뉴시스)
▲고발사주 의혹 사건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돼 공수처에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손준성 검사(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 (뉴시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손준성 검사를 기소했다. 하지만 문제의 고발장 작성자는 찾아내지 못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는 적용하지 못했다.

공수처는 4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의 총선개입사건 수사결과’ 브리핑을 열고 처분 결과를 발표했다. 고발 사주 의혹은 2020년 4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손준성 검사(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가 검사들에게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 작성과 정보 수집을 지시하고, 이를 당시 총선 후보이던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해 고발을 사주했다는 내용이다.

공수처는 사건의 주요 인물인 손 검사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공무상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을 적용해 불구속 기소처분했다. 하지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부분은 무혐의 처분했다. 당초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 공무원들이 문제의 고발장을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이를 입증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직권남용’ 부분 빠진 공소사실

공수처는 손 검사와 김 의원이 여권 인사인 최강욱 민주당 의원 등이 출마한 2020년 총선에 부정적인 여론형성을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공수처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손 검사는 2020년 4월 3일 최 의원 등 범여권 인사들과 ‘검언유착’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 기자를 상대로 공직선거법위반 등 혐의의 1차 고발장과 실명판결문 등을 검사 출신이자 총선에 출마한 김 의원에게 전송했다. 공수처는 김 의원이 이를 미래통합당에 전달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손 검사는 2020년 4월 8일 최 의원을 상대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의 2차 고발장을 김 의원에게 전송하고 김 의원은 이를 미래통합당에 전달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았다.

또 공수처는 손 검사가 수사정보를 총괄하는 검사로서 범죄 혐의와 관련된 수사정보 등이 담긴 고발장을 입수해도 이를 누설하면 안 되지만 1차와 2차 고발장을 김 의원에게 전송하며 공무상 비밀을 누설했다고 판단했다.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손준성 검사 (연합뉴스)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손준성 검사 (연합뉴스)

공수처는 손 검사가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공무원에게 제보자 지모 씨에 대한 실명판결문 열람‧수집을 지시했다고 봤다. 또한 손 검사가 이를 김 의원에게 전송한 부분도 개인정보보호법과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을 위반으로 봤다.

찾아내지 못한 ‘고발장 작성자’…“최선을 다했지만 증명하지 못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는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었지만 모두 무혐의 처분됐다. 공수처는 “손 검사에 대해 직권남용죄 부분을 불기소한 이상 다른 피의자들에 대해서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및 관련 혐의들은 모두 불기소한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누가 고발장을 작성했는지, 그 사실관계에 대해 기소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법률적으로 고발장을 작성하게 하는 것이 검사의 직무범위에 포함되는 것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선을 다해서 수사했지만 고발장 작성자에 대해 저희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을 못한 게 사실”이라고 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손 검사가 윤석열 검찰총장을 보호하기 위해서 고발장을 작성했다고 봤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게 봤던 이유는, 이 사건에 전체적인 얼개가 있다”며 “수사초기단계에서는 공수처가 본 혐의에 근거한 것이긴 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저희가 고발장 작성자가 누구인지 증명하지 못했다는 점 다시 한 번 양해말씀 드린다”고 했다.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 김웅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손준성 검사.  (뉴시스)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 김웅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손준성 검사. (뉴시스)

공수처는 손 검사에게 적용된 ‘공직선거법’ 위반과 관련해 과거 대법원 판례를 거론했다. 군청 공무원이 군수 선거에서 유력 상대 후보자들의 동향을 파악해 선거법위반 사례를 취합하고 제3자를 통해 군 선거관리위원회에 익명 제보형식으로 제출해 대법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판결을 받은 사례다. 공수처 관계자는 “과거 군청 공무원이 상대 후보에게 정보를 전달한 것이 정치적 중립의무에 어긋나는지를 함께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웅 사건은 검찰로…윤석열‧한동훈 무혐의

김웅 의원은 손 검사와 공모관계가 인정되지만 공수처법상 기소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검찰에 이첩됐다. 당시 김 의원은 총선에 출마한 민간인 신분으로 공수처의 수사대상에서 벗어난다. 김 의원 역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부분은 무혐의 처분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뉴시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뉴시스)

공수처는 사건의 배후로 지목됐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당시 검찰총장),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사법연수원 부원장)와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검사 3명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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