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미국 증시와 채권 이례적 '동반' 폭락...투자 조언은

입력 2022-05-04 15:18 수정 2022-05-0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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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권거래소(NYSE). 뉴욕/AP뉴시스
▲뉴욕증권거래소(NYSE). 뉴욕/AP뉴시스

S&P500 13%, 블룸버그 미국 종합채권지수 10% 빠져

미국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흘러 내리고 있다. 증시 헤지수단으로 여겨지던 채권까지 동반 폭락하는 현상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극에 달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변동성 장세에서 투자자들을 향한 전문가들의 조언은 무엇일까.

최근 시장이 방향을 잃었다. 주식, 채권, 가상화폐, 금 등 자산시장이 하루가 멀다하고 요동치고 있어서다. 특히 그동안 상호 헤지 역할을 했던 증시와 채권이 동반 폭락해 기존 투자 공식이 무너졌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S&P500은 올해 들어 13% 하락했다. 블룸버그 미국 종합채권지수는 10% 빠졌다. 두 지표가 동시에 최대 낙폭을 기록한 건 다우지수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76년 이후 처음이다. 과거 두 지표가 동반 하락했던 적은 1994년이 유일하다. 당시 S&P500은 1.5%, 미국종합채권지수는 2.9% 각각 하락했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올 들어 20% 폭락했다. 팬데믹 최대 수혜주로 꼽혔던 대형 기술주들은 줄줄이 두 자릿 수 낙폭을 기록했다. 다우 역시 9% 빠졌다.

▲S&P500과 블룸버그미국종합채권지수 증감 추이. 출처 WSJ
▲S&P500과 블룸버그미국종합채권지수 증감 추이. 출처 WSJ

인플레도 채권 매력 떨어뜨려

증시 폭락의 배경에는 ‘매파’로 돌변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자리하고 있다. 연준은 4~5일 이틀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택할 예정이다. 40년래 최고치로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결정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1994년(1.25%포인트 인상) 이후 최대 폭 인상이고, 2000년 이후 22년 만의 빅스텝이다.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년 3%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반영하고 있다. 올해 최소 4번의 빅스텝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연준은 이 달 FOMC에서 양적긴축(QT)을 발표할 가능성도 크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월 950억 달러 규모의 자산 매각 방침을 시사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연준의 긴축 행보에 증시는 물론 안전 투자처로 평가받는 미국 채권시장도 급락하고 있다. 연준이 고삐 풀린 물가를 잡기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금리를 대폭 인상, 결국 경기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전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한때 3.008%까지 올라 2018년 11월 이후 3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3%대를 웃돌았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확산 초기 0.5%까지 내렸던 10년물 금리는 정부의 돈 풀기와 백신 보급에 따른 경제활동 회복 기대감에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했다. 올해 3월 초 1.7% 수준이던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준의 매파 돌변과 함께 지난 2개월간 급속히 뛰었다. 2018년 12월 이후 시작된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에서 국채 금리가 3%를 찍었던 적은 없다.

높은 인플레이션 역시 채권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인플레이션은 채권 수익률을 떨어뜨려 투자자의 구매력을 감소시킨다.

투자업체 베이커 보이어의 존 커니슨 수석 투자책임자는 “인플레이션 우려와 함께 연준이 경기침체를 일으키지 않고 물가를 잡을 수 있다는 데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며 “장기 및 이자율에 민감한 채권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현재 상황을 단 번에 해결할 뾰족한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미 주요지수 증감 추이. 출처 WSJ
▲미 주요지수 증감 추이. 출처 WSJ

아무 것도 하지 말라(Do nothing)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조언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손실이 나도 일찌감치 털고 나오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말한다. 연준의 금리전망이 경제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는 데다가 금리인상이 고용시장과 소비 지출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불확실하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아무 것도 하지 말 것을 조언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다소 김이 새는 소리지만 증시와 채권이 동반 폭락하는 등 변동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가장 좋은 전략은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이란 게 이들의 설명이다. 행동경제학에 따르면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뭐라도 하려고 하는 게 인간의 본성이다.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우크라이나 전쟁, 팬데믹 여파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당장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일은 말이 쉽지 쉬운 게 아니다.

그럼에도 지금처럼 변동성이 심한 장에서는 장기 계획을 세우고 이를 고수하는 게 가장 좋은 ‘방어책’이라는 조언이다. ‘현명한 자산배분 투자자’의 저자인 윌리엄 번스타인은 “애쓰지 말라”며 “젊다면 시장이 가라앉길 기다리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식 시장의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정도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며 “매달 필요한 현금이 많은 사람은 주식을 50% 이상 보유하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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