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보험사 위탁계약형 지점장도 근로자"

입력 2022-05-05 09:00 수정 2022-05-05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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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뉴시스)
▲대법원 (뉴시스)

보험사의 위탁계약형 지점장이더라도 사실상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았으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A 씨가 농협생명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A 씨의 위탁계약형 지점장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도 한화생명이 엮인 부당해고구제소송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해야 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반면, 위탁계약형 지점장들이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을 상대로 한 퇴직금 소송에서는 근로자성을 부인했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흥국화재에 대한 퇴직금 소송에서 근로자성을 부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각 사건의 내용은 다르지만, 위탁계약형 지점장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는지가 공통 쟁점이었다. 근로자성이 인정된 경우 보험사 상위 영업조직의 장이 위탁계약형 지점장에게 실적 목표를 제시하고 목표 달성을 독려하는 차원을 넘어 실적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업무 내용에 관해 일일 업무 보고를 받는 등 업무수행 과정에 상당한 지휘·감독을 했다.

이들 사건 재판부는 해당 위탁계약형 지점장 업무 형태가 정규직 지점장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봤다. 정규직 사원과 달리 인사관리시스템이 적용되지 않았고 근무시간에 관한 규정도 존재하지 않았으나 정규직 지점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시간에 출퇴근해 업무를 수행했다. 또 간접적인 방식으로 근태관리가 이뤄졌다.

지점 사무실과 비품, 운영 비용을 모두 보험사가 제공한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성과급 형태의 보수는 업무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 위탁계약형 지점장이 받은 수수료 등은 임금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보험사가 실적목표 등을 제시하고 달성을 독려했더라도 상당한 지휘·감독이 없고, 근태관리를 했다고 보기 어려울 때는 위탁계약형 지점장의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았다. 수수료에 큰 격차가 있을 경우 일정 금액 수수료를 보장했다는 사정만으로 수수료를 근로 대가로 볼 수 없다는 판단도 내놨다.

특히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위탁계약형 지점장들은 자신의 비용으로 업무보조인력을 직접 채용하거나 소속 보험설계사 등의 해촉으로 수수료를 환수당하기도 하는 등 독립된 사업자로서의 비용, 책임 부담을 인정할 요소가 있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보험회사 위탁계약형 지점장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에 관해 판단한 최초 사례”라고 판결의 의의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험사가 본사 방침, 영업조직을 통해 관리하는 방식·정도가 업무수행에 관한 상당한 지휘·감독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 근무시간 등에 구속을 받았는지 등 근로자성 인정 징표와 독립 사업자성을 인정할 징표가 있는지 등 요소를 종합적으로 비교해 결론 내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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