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스톰]②팍팍해진 기업 살림...금리 인상에 자금조달 비용 늘어나나

입력 2022-05-05 13:16 수정 2022-05-0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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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량기업 이자 연 9% 넘어…올 회사채 순발행액 58% 급감…양극화에 기업 돈맥경화 심화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트레이더들이 시세를 살피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트레이더들이 시세를 살피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금리 인상의 여파로 기업의 ‘돈맥경화’가 심화되고 있다. 신용스프레드가 벌어지고 회사채 금리가 치솟으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식고 있다. 우량 등급 대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이자가 연 3%대 후반까지 치솟고, 비우량 기업이 부담해야 할 이자도 연 9%대에 달하고 있다.

금리 상승 속도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자 회사채 시장에선 우량등급으로만 수요가 몰리고 있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은 회사채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려워진 모양새다. 그동안 저금리로 버텨온 한계기업들은 자금난에 내몰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회사채 금리 연일 최고치 경신, 위축되는 시장

▲국고채 및 회사채 수익률 추이(3년물). 자료=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연구원
▲국고채 및 회사채 수익률 추이(3년물). 자료=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연구원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4일까지 회사채 순발행액(전체 발행액에서 상환액을 제외한 규모)은 7조7786억 원으로 전년 동기(18조6938억 원) 대비 58.3%(10조9152억 원) 감소했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발행된 채권의 전체 순발행액이 95조895억 원으로 전년 동기(105조7654억 원) 대비 10.0%(10조6759억 원) 감소한 것과 비교해 특히 회사채 발행액 감소 수준이 컸다.

신용스프레드가 벌어지면서 기업들의 차입 부담이 커진 상태다. 금투협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신용등급 ‘AA’ 회사채 신용스프레드는 지난 3일 기준 0.69%포인트(3년물 기준)를 기록, 올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신용스프레드는 회사채 금리에서 국고채 금리를 뺀 값을 말한다. 신용스프레드 확대는 회사채 투자를 꺼리는 기관이 늘면서 기업 자금 조달 환경이 위축됐다는 의미다.

회사채 금리도 치솟고 있다. 신용등급 AA-급 우량기업의 3년 만기 회사채 평균 금리는 이날 연 3.876%로 마감하며 4%에 성큼 다가섰다. 지난해 말 연 2.410% 대비 약 1.466%포인트 상승했다. 역대 가장 낮았던 지난해 1월 연 1.24%와 비교하면 3배 수준이다. 특히 2012년 7월 이후 약 9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경신했다.

회사채 투자등급 중 가장 낮은 BBB-등급 금리(3년물)는 지난해 말(8.270%) 대비 1.441%p 오른 9.711%로 마감했다. 2018년 6월 이후 4년여 만에 9%대를 돌파한 지 얼마 안 돼 다시 한번 연중 최고치를 넘어섰다.

비용이 늘자 회사채 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요 예측에 나선 NS쇼핑의 3년물은 민간 채권 평가사가 제시한 금리 대비 최고 40bp 높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기관 자금도 200억 원어치를 모았다. 발행을 마친 총 900억 원의 22% 규모에 불과한 수치다.

발행을 미루는 기업도 속속 나오고 있다. 아주산업(A-), 롯데건설(A+), 두산에너빌리티(BBB-) 등 기업은 회사채 발행 시기를 늦추거나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채 시장 양극화…신용도 낮은 한계기업 위험

▲자료=인포맥스, 하나금융투자
▲자료=인포맥스, 하나금융투자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도 심화하고 있다. 1분기 AA등급 이상 기업들이 진행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2조8000억 원 모집에 4조7000억 원이 모였다. 반면 BBB등급 이상은 7000억 원 모집에 1조1000억 원이 모였다. 지난해 1분기 4000억 원 모집에 1조 원이 모였던 것과 대조된다.

문제는 만기가 임박한 회사채를 보유 중인 한계 기업들이다. 우량 기업들도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는 가운데 한계 기업들이 돈을 조달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채 만기 연장에 실패하면 돈을 갚지 못해 부도가 날 수 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무보증회사채시장이 신용도가 우수한 기업들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의 무보증회사채시장 진입이 거의 어려운 상황”이라며 “공모 무보증회사채에서 AA등급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분기 59.7%까지 낮아졌으나 올해 1분기는 74.1%까지 올라온 상태”라고 설명했다.

특히 잔액 기준으로 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무보증회사채에서 AA등급 이상 초우량 회사채의 비중은 80.7%를 차지하는 반면 BBB등급 이하의 비중은 3%에 불과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유동성이 회수되고 빠른 물가 상승과 긴축 가속화, 시장금리 급등으로 회사채 수요가 위축되면서 신용도가 낮은 기업일수록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금융 쪽에서 저축은행, 캐피탈 카드 등 금리 상승에 취약한 업종은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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