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사면 불발에 삼성 ‘전전긍긍’…대규모 M&A 차질 불가피

입력 2022-05-05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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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 및 파운드리 투자에 제동
대형 M&A 또한 불투명해진 상황
위기 돌파에 ‘총수 리더십’ 필요
현충일ㆍ제헌절 특사도 고려해야

(고이란 기자 photoeran@)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복권이 사실상 불발되면서 삼성전자의 대규모 인수·합병(M&A)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신성장 동력확보를 위해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 직속의 신사업 태스크포스(TF) 조직을 신설하고, TF장으로 전사 경영지원실 기획팀장인 김재윤 부사장을 선임했다. 또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반도체 M&A 전문가 마코 치사리를 영입하며 본격적인 대형 M&A를 위한 포석 다지기에 나섰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특별사면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면서 삼성의 신사업 투자, M&A에 공백이 생기게 됐다. 이 부회장의 사면ㆍ복권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8.15 광복절 특사 때까지 미뤄질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사면 불발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5단체는 이 부회장 등 기업인의 사면복권을 청원했다.

그러면서 재계는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삼성전자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총수 리더십의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대형 투자나 M&A, 신사업 발굴에 리더십 부재로 인해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어서다. 최근 ‘디시 네트워크’와의 조 단위 대규모 통신 장비 수주에도 이 부회장의 인적 네트워크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삼성은 향후 3년간 240조 원을 바이오, 인공지능(AI), 로봇 등 신사업 분야에 투자하고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대한 투자계획을 171조 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이 부회장이 가석방 후 취업제한에 묶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포함한 미래 먹거리 투자가 진전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하고 있다.

인텔ㆍTSMC 등 대표적 반도체 경쟁사들은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와 파운드리 업계 1위인 TSMC와의 점유율 격차는 수년째 30%p(포인트) 수준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그 격차가 5%p가량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리더십 부재로 미래 시장성이 큰 ‘시스템반도체’의 경쟁력은 점점 더 뒤처지고 있다. 삼성의 ‘2030 시스템반도체 1위’ 비전 실현도 불투명해진 데다 신사업들 또한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대규모 M&A도 2016년 하만 인수를 마지막으로 멈췄다.

삼성의 성장 엔진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결국 장기화하는 오너리스크를 해소하고 적극적인 경영 활동을 위해 한시라도 빨리 이 부회장의 복귀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차기 정부가 8.15 특사가 아닌 전례가 있었던 6.6 현충일 특사나 7.17 제헌절 특사에 대한 결단을 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가석방 상황에서 등기임원을 맡을 수 없어서 책임경영 제한과 공식 직함이 없어서 사실상 해외 주요 기업들과 대규모 투자나 M&A를 논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국민 여론이 우호적인 만큼 국가적 반도체 위기 상황에서 청와대의 적극적인 사면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달 20~2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으로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에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에 관심도가 높은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기간 중 이 부회장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마지막 날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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