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을 위한 101] 도시공간 품질향상을 위한 이런 제도는 어떨까요?

입력 2022-05-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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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선 연세대 도시공학부 교수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넘긴 2019년부터 다른 선진국처럼 도시공간에 대한 양적 공급보단 질적 향상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하였고, 민간에서는 디자인적으로 특화된 아파트를 설계하고 브랜드화하여 수요자들의 품질향상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였습니다. 이런 영향인지 몰라도 공공에서도 도시의 품질향상을 위해 ‘도시건축통합계획’이란 계획적 수단을 도입해 3기 신도시에 적용하였고, 백서를 통해 3기 신도시 내 도시공간의 품질이 향상될 수 있음을 주관기관은 피력하고 있습니다.

도시공간의 질적 향상과 관련해서는 비도시 관련 학문 분야에서 더욱 많은 관심을 가지면서 선제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공디자인 분야에서는 2016년에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공공디자인의 진흥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공공디자인진흥종합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법에서 ‘공공디자인’이란 일반 공중을 위하여 조성·제작·설치·운영 또는 관리하는 공공시설물 등에 대하여 공공성과 심미성 향상을 위하여 디자인하는 행위 및 그 결과물을 말한다고 되어 있는데, 즉 도시설계에서 다루고 있는 도시공간 내 공공시설물을 대상으로 디자인을 통해 공간의 품질향상 및 공공디자인 업역 확대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건축 분야에서는 2021년 ‘건축기본법’을 제정하여 제22조 및 제23조를 통해 도시공간에 대한 ‘공간환경전략계획’을 수립하고 중점사업권역을 설정하여 공공건축물을 통한 건축물의 품질향상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민간전문가 활용제도를 도입하여 총괄계획가 또는 총괄건축가로 부르면서도 총괄건축가라는 용어로 통칭해 사용하며 다수의 공공건축가를 임명하는 것을 요건화하는 등 건축 중심의 다소 폐쇄적 성격을 가진 채 운영되고 있습니다. 계획의 내용도 공간구조 및 생활권 설정을 위해 도시 전체에 대한 분석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중점사업추진권역을 설정해 건축사업을 발굴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공간적 분석범위와 내용적 범위가 상이하며, 계획수립업체도 도시공간디자인 분야가 아닌 공공시설물을 다루는 공공디자인 분야가 주도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한 2021년에 발표된 ‘제3차 건축정책기본계획’을 보면 입체적·통합적 계획으로 균형 있는 도시공간을 관리하고자 하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지만, 도시 공간관리라는 단어가 의미하듯이 도시적 시각과 건축적 시각을 동시에 가진 도시설계적 접근을 통해서야만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나, 단위 건축물에 특화된 건축적 시각만을 통해 진행되고 있고, 도시에 대한 이러한 접근방법의 실패는 3기 신도시와 관련된 다수의 입체공간계획 현상공모에서 증명되었던 사실입니다.

이처럼 관련 분야에서의 도시공간에 대한 다양한 노력에 아랑곳하지 않고, 도시 분야에서는 2000년에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국계법)에 따라 도시공간의 품질향상을 위해 통합되어 도입된 지구단위계획이 있으나, 통합 전의 도시설계 또는 지구상세계획이 가졌던 본래 목적이나 내용적 범위에서 벗어난 2차원적이고 공간에 대한 고려 없이 20년간 왜곡되어 작성하고 있어 무용론 또는 폐지론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계획이 가진 공간적 위계 불일치를 서울시가 도시·군 기본계획과 지구단위계획 간의 중간계획적 성격을 가진 생활권계획을 2018년에 도입하여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으나 5년이 지난 지금 또 다른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지만, 그 유용성으로 인해 국토부에서도 이번 국계법 개정 과정에 생활권 계획수립을 적극적으로 도입한다고 합니다. 지자체 수준에서는 조례를 통해 이런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나, 일부 지자체에서 사용하는 ‘도시디자인조례’는 도시설계에서 다루는 도시공간의 품질향상을 규정하는 조례가 아닌 호칭과는 무관하게 개별 시설물들에 관한 내용으로 본래 의미를 호도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품질의 도시 및 정주 공간에 대한 국민의 필요에 부응하며 질적으로 향상된 도시를 조성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도시공간과 관련해서 파편적이고 혼란스럽게 분산화된 관련 법을 통합·운영할 수 있는 가칭 ‘도시공간디자인진흥법’ 입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법체계와 관련해서는 국계법에 의한 도시·군 기본계획 수립 시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도시공간에 대한 분석과 예측 그리고 이름뿐인 건축기본법의 공간환경전략계획을 도시공간에 대한 기본계획이 되도록 ‘도시공간디자인기본계획’으로 통합하면 될 것입니다. 그 다음 하위 전략계획으로 서울시의 생활권계획을 도입하여 권역 및 지역별 생활권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국계법에 있는 지구단위계획을 도시건축 통합계획에 적합하게 전면 개정하여 생활권계획의 하위에 두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도시설계의 당초 의미와 무관하게 적용하고 있는 지자체의 도시디자인 조례를 제안법에 부합하도록 전면 개정하면 상위법과 하위법 간의 정합성을 충분히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2000년대에 혼란스러웠던 도시재개발 관련 법률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으로 통합했던 사례처럼, 고품질의 도시공간을 조성하고자 하는 순수한 목적을 가졌으나 파편화되고 혼란스러워 국민에게 혼란만을 부추기는 관련 법들을 하나로 통합시키고, 지자체마다 공공과 민간 전문가들이 주축이 되는 도시공간디자인 지원센터 등을 만들어 현장 밀착형으로 진행한다면, 도시공간의 품질이 더욱 향상된 곳에서 시민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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