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불확실성의 시대, 그리고 G20의 방향

입력 2022-05-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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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영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

▲박일영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 (사진제공=기획재정부)
▲박일영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 (사진제공=기획재정부)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고 했다. 오늘날 세계 경제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글로벌 가치사슬 복잡화 등으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국가 간 상호의존성이 확대되며 모든 개별국가에 대한 이해가 세계 경제 전체와 같을 수 없고, 예전처럼 우리만 잘한다고 잘 살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현재 세계 경제를 둘러싸고 있는 코로나19, 공급망 교란, 인플레이션 리스크, 기후변화 대응 등은 개별국가의 파편화된 노력만으로는 더욱 대응하기 어려운 과제들이다. 세계 경제의 지속가능 성장을 위해 세계 경제 ‘전체’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고 국가들의 힘을 모을 수 있는 리더십이 더욱 긴요해지는 이유다. 동시에 전 세계가 97년, 08년 두 번의 금융위기 극복에 앞장섰던 G20에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배경 하에 지난 4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이 세계 경제의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모였다. 이번 회의의 경우 개최 전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회원국 간 갈등 심화로 G20 공조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일부 제기됐다. 실제 논의가 전쟁의 경제적 영향에 집중됐고, 러시아 발언 중 일부 회원국이 퇴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G20은 보건, 국제금융체제 논의 등에서 진전을 보이며 결과적으로 최상위급 경제포럼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별히 이번 회의는 세계 경제의 3대 불확실성에 주목하며 회원국이 공동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첫째,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경기 불확실성이다. IMF는 금년도 세계 경제 성장전망을 4.4%에서 3.6%로 하향 조정했으며, 회원국들은 전쟁으로 식량·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며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심화되는 것을 경계했다. 이에 G20은 통화·재정정책 간의 정책조합을 강조하며,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긴축적 통화정책이 경기회복을 제약하고 취약계층 금융 불안을 촉발하지 않도록 재정정책의 안전망 역할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출구전략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경제 충격을 완충하고 잠재성장력을 확충하기 위한 디지털·녹색 경제구조로의 전환에도 협력하는 데 공감했다.

둘째, 잔존하는 보건 불확실성이다. 코로나19가 유행한 지 2년 이상이 경과했지만 저소득국 백신 접종률이 부진하고 새로운 변이가 계속 출현하며 세계 경제의 회복을 계속 제약하는 모습이다. 이에 G20 회원국들은 글로벌 팬데믹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추가 재원 보강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며, 세계은행 산하에 팬데믹 대응 특별 기금을 신설하는 논의가 금년 7월에 개최될 재무장관회의까지 빠르게 발전될 전망이다.

셋째, 출구전략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금융 불확실성이다. 선진국들이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금리가 상승하면 채무국의 상환부담은 증가한다. 그 과정에서 금융 불안정성이 누적되는 경우 국제금융체제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주요 채권국은 잠비아, 차드, 에티오피아에 대한 채무 재조정 협의를 진행 중에 있으며, G20은 채무 재조정 논의를 추가 발전시키기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에 속도 내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 대응 등 저소득국 구조개혁을 지원하기 위해 IMF 내 회복지속가능기금(RST)도 새롭게 설립하기로 했다.

G20은 선진국과 신흥국의 시각이 동시에 다뤄질 수 있는 협의의 장이다. 선진국이 정한 규칙을 다른 국가들이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세계 경제의 규칙을 함께 만들어가는 곳이 G20이다. 때문에 G20은 우리가 세계 경제의 규칙제정자(Rule Setter)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한 중요한 채널이다. 우리와 세계 경제가 협력해 G20이 지속가능성장과 위기극복의 표상으로 지속 발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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