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시대 개막] 자사고 존치·고교학점제 ‘상충’…교육계 "엇박자vs다양화"

입력 2022-05-0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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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가 “특목고 ‘날개’…사교육 시장 활성화 조짐”

▲고교학점제 선택형 교육과정 우수학교인 서울 강서구 한서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사와 수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교학점제 선택형 교육과정 우수학교인 서울 강서구 한서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사와 수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교학점제를 계속 추진하면서도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외고)·국제고 존치를 예고한 점을 두고 정책 간 ‘엇박자’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5일 교육계에 따르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국정과제 중 ‘모든 학생을 인재로 키우는 교육과정’ 항목에서 “고교학점제 추진 점검 및 보완 방안을 마련한다”며 고교학점제 유지 방침을 밝혔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공통과목 외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이수하고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졸업하는 제도다. 다양한 적성과 진로를 보장해주기 위해 ‘과목 선택권’을 넓히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자유롭게 과목을 수강한다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절대평가를 실시한다. 성적 대신 교육 내실화에 초점을 두자는 것이다.

문제는 내신 성적을 절대평가로 산출하면 통상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몰려 있어 자사고 등의 단점으로 꼽혀온 내신 불리 문제가 사라지게 돼 이들 학교의 인기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교육을 더욱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학원가에선 이미 ‘특목고가 날개를 달 수 있다’며 특목고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는 모양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소장은 “내신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는 상황에서 절대평가가 이루어지면 그동안 내신에서 불리했던 특목고, 자사고 학생들의 약점이 사라지게 된다”며 “더군다나 정시가 확대되어 자사고, 특목고 학생들이 유리하게 된 상황이라 이들 학교에 대한 인기는 다시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성향에 따른 입장차가 불거지면서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진보 성향 교원단체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다양한 학교 유형을 마련하는 고교체제 개편이 자사고·외고·국제고 존속 등 각종 특권학교 확대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는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며 “고교 서열화를 심화시키는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보수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조성철 대변인은 “다양한 학생들의 관심·적성·능력·진로에 따라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교 체제가 필요하다”며 “(고교 다양화 과제는) 자사고·외고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 기회를 줄 수 있는 학교 체제를 마련하겠단 의미로 이해된다”고 인수위 국정과제를 긍정 평가했다.

갈등이 계속될 경우 결국 최종 판단은 교육계가 아닌 헌법재판소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자사고·외고 등 24개교는 일반고 일괄 전환을 결정한 대통령령 개정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 방침에 대한 헌법소원이 진행 중이므로 윤석열 정부는 서둘러 시행령을 개정하기보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기다리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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