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둔화에 고꾸라진 국내외 반도체株…개미는 ‘줍줍’

입력 2022-05-09 15:48 수정 2022-05-0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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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국민주’ 삼성전자가 좀처럼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개미(개인투자자)들의 한숨이 짙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반도체 업황 우려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고꾸라지면서, 개미들은 국내외 가릴 것 없이 대규모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나란히 역대급 실적을 경신했다. 삼성전자의 1분기 매출액은 77조7815억 원으로 3개 분기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SK하이닉스도 12조1557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냈다.

그러나 주가는 실적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15.58% 하락했다. ‘10만전자(주가 10만 원)’의 꿈이 무색하게 지난달 28일에는 6만4800원까지 추락하며 신저가를 썼다. SK하이닉스도 -17.94% 빠졌다. 이날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체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율은 23.03%다. 지난해 같은 시기(26.08%)와 비교하면 약 3% 넘게 쪼그라들었다.

글로벌 기업들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TSMC, 마이크론, AMD 등이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로 구성된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연초 대비 24.45% 폭락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대표적인 성장주인 반도체 업종의 밸류에이션이 낮아졌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도시 봉쇄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업황 우려를 키우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현재 진행 중인 많은 악재를 반영한 건 맞지만, 대외적 불확실성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답답한 국면이 길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개미들은 반도체 주가가 주춤한 틈을 타 대규모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다. 동학개미(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는 올해 들어 삼성전자를 11조319억 원, SK하이닉스를 7229억 원어치 담았다.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주식을 추가 매입해 평균 매수가를 낮추는 ‘물타기’를 계속한 것으로 보인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도 최근 반도체 관련주를 집중 매수 중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3배를 추종하는 ‘디렉시온 세미컨덕터 불 3X 상장지수펀드(ETF)’였다. 순매수 규모만 약 5억4989만 달러(약 6990억 원)에 달한다.

개미들의 기대에도 반도체 업황에 대한 증권가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매크로 불확실성과 디램 가격 하락 가능성에도 반도체 업체들은 2분기와 하반기에 서버 수요 강세를 예상했다”며 “데이터센터가 하반기에 믿어볼 만한 요소”라고 말했다.

반면 데이터센터 수요 강세에도 불구하고 세트 수요도 회복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020년, 2021년 사례를 참고하면 서버 디램의 공급 부족만으로 구조적 가격 인상을 유발한 사례는 없다”며 세트향 가격 인상이 동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크로 환경에 따른 변동성이 불가피하지만 밸류에이션 저점에 도달하거나, 서버 수요에 대한 기대감이 일부 축소돼 우려가 대부분 노출된 시기가 안정적인 비중확대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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