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에 속 타는 K백신…HK이노엔도 코로나 백신 개발 포기

입력 2022-05-1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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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의료기관에서 의료진이 백신 소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의료기관에서 의료진이 백신 소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엔데믹(풍토병) 국면으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국내 백신 개발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0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백신의 시장성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기업은 중도 포기를 선언해 더 이상의 시간과 비용 지출을 막는 쪽을 선택했다.

HK이노엔은 개발 중이던 코로나19 백신(IN-B009)의 국내 임상을 중단한다고 전날 공시했다. 임상 1상 환자 투약을 마친 후 후속 개발 방향을 검토하다가 내린 결정이다.

IN-B009의 임상 1상은 지난해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오미크론 변이가 출현하면서 글로벌 팬데믹(대유행) 상황은 빠른 변화가 찾아왔다. 방역당국도 '포스트 오미크론' 정책을 펴는 등 국내외에서 엔데믹을 준비하고 있다.

HK이노엔은 "국민 다수 인원이 코로나 19에 감염됐거나 여러 차례의 백신 추가 접종으로 면역력이 확보됐고, 대규모 유행 발생 가능성이 낮아지는 등 코로나 상황이 급변했다"면서 "코로나 19와 더불어 사는 엔데믹화로 사회적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후기 임상 진입에 대한 목적이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이번 결정의 배경을 밝혔다.

국내 기업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중단 결정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제넥신은 올해 3월 'GX-19N'의 글로벌 2/3상을 철회했다.

제넥신은 2020년 6월 후보물질 'GX-19'로 국내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백신 임상에 진입했다. GX-19의 임상 1상을 완료하고 새로운 항원을 추가한 GX-19N으로 후보물질을 변경해 가장 우수한(the best) 백신을 만드는 쪽으로 개발 전략을 수정했다. 이후 임상 속도를 당기기 위해 글로벌 임상으로 선회했지만, 세계 백신 시장 수급 상황을 고려해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해 결국 개발을 포기했다.

회사 관계자는 "세계 각국에서 긴급사용승인 제도를 활용해 팬데믹 시기에 사용승인을 받는다는 전략이 더는 유효하지 않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 유바이오로직스, 진원생명과학, 셀리드, 큐라티스, 아이진, 에스티팜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 허가 가시권에 들어온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코비원(GBP510)'뿐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이 자체 개발한 합성항원 방식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 (사진제공=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사이언스이 자체 개발한 합성항원 방식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 (사진제공=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달 29일 식약처에 품목허가 신청을 완료했다. 회사는 국내 승인을 획득하는 대로 코백스퍼실리티를 통해 스카이코비원을 공급하고,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사용목록 등재, 해외 국가별 긴급사용허가 획득을 통해 시장성을 찾을 계획이다. 우리 정부가 1000만 명분 선구매 계약을 했지만, 연내 국내에 도입하기로 한 백신만 1억5000만 회 분이란 점에서 추가적인 구매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백신 개발을 포기하는 국내 기업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오미크론 변이 대응 백신이나 부스터샷 전용 백신 등으로 전략을 수정하더라도 엔데믹 환경에서 후발주자로 출시된 백신의 시장성을 보장받기 어려워진 상황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환자 모집이 어려워 임상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개발 완료까지의 시간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면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큰 비용과 노력을 들인 만큼 회사마다 전략 방향에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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