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이 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기 중 수차례 한 발언입니다.
2020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퇴임 후 계획에 대해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 고 말했으며, 올해 3월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 성파 대종사 추대 법회에서도 성파 스님에게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서 잊혀진 삶,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10일 퇴임 직후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에 내려간 문 전 대통령은 사저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이제 완전히 해방됐다. 자유인이다”라고 말하기도 했죠. 이 같은 발언들은 퇴임 후 현실 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임기 말 역대 최고 지지율을 기록했던 만큼 문 전 대통령의 바람이 실현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6일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3~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를 발표한 결과, 문 전 대통령의 집권 마지막 주 지지율은 45%에 달했습니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보니, 정치권 안팎으론 문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실제 문 전 대통령은 퇴임 직후에도 바쁜 일정을 수행할 것으로 전해집니다.
먼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 일정이 대표적입니다. 문 전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방한할 바이든 대통령과 22일 만남이 예정돼 있습니다. 이날 만남은 바이든 대통령이 먼저 제안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한·미 동맹 강화와 한반도 정세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것으로 보입니다.
전직 대통령이 퇴임 직후 미국 현직 대통령을 만나는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에게 남·북·미 등의 관계 개선을 위한 역할을 수행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만남을 제안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과 세 차례 정상회담을 했으니 말이죠.
실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6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문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과 만남은) 의미가 상당히 크다고 본다”며 ”한반도 상황 관리 차원에서 활용 가치가 있는 문 (당시 현직) 대통령을 만나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역대 대통령들 또한 퇴임 후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두드러집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거주한 상도동 자택에서 정치 세력화에 나서며 ‘상도동계’라는 계보 정치를 등장시켰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동교동 사저에 거주하며 ‘동교동계’라는 정치 세력을 형성했습니다. 한국 정치 역사에 남은 ‘사저 정치’와 ‘훈수 정치’라는 말도 이 두 대통령의 정치 세력에서부터 나온 것입니다.
퇴임 후 봉하마을로 간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의지와는 다른 세력화가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최초로 퇴임 후 귀향을 택해 조용한 시골 마을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의지와 다르게 봉하마을이 오히려 ‘친노 정치인’들이 결집하는 구심점 역할을 했었죠.